[작지만 강한 대학]<29>美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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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자동차의 디자인을 책임집니다.” 실기에 열중하고 있는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의 자동차학과 학생. 사진 제공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전 세계 자동차의 디자인을 책임집니다.” 실기에 열중하고 있는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의 자동차학과 학생. 사진 제공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기금 기부자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게시판. 매년 많은 디자인 관련 회사에서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에 기부한다. 가장 많이 낸 기부자는 500만 달러를 익명으로 나누어 기부한 사람이고 삼성그룹도 자동차산업에 뛰어든 1990년대 학교 역사상 한 번에 가장 많은 3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패서디나=이현두  기자
기금 기부자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게시판. 매년 많은 디자인 관련 회사에서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에 기부한다. 가장 많이 낸 기부자는 500만 달러를 익명으로 나누어 기부한 사람이고 삼성그룹도 자동차산업에 뛰어든 1990년대 학교 역사상 한 번에 가장 많은 3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패서디나=이현두 기자
《‘렉서스와 BMW.’ 한국 내 수입자동차 판매 1, 2위를 다투는 이들 자동차에는 웬만한 자동차 마니아들도 잘 알지 못하는 공통점 하나가 있다.

두 차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Art Center College of Design) 출신의 동문들이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총책임자 중 절반

이상이 이 대학 동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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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달리면 도착하는 패서디나 시의 조그마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대학이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이처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초심(初心)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1930년 광고대행업자인 에드워드 애덤스가 이 대학을 세운 목적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에게 실무기술을 가르쳐 광고와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었다.

애덤스는 “이를 위한 교육 전략은 학자가 아닌 전문가로 이루어진 교수진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전업 교수보다는 시간제 교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시간제 교수가 바로 관련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디자인 분야 전문가에게 직접 교육을 받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를 포함해 영화, 광고, 그래픽 디자인, 제품 디자인 등 학부의 9개 학과와 대학원 과정 5개 학과에서 시간제 교수가 전업 교수의 5배인 341명에 이르는 것은 이 같은 교육 방침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자동차학과 시간제 교수의 경우 현재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간부로 일하고 있는 이 대학 졸업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 시설에 대한 투자 또한 아끼지 않아 디자인 학교로는 처음으로 1980년대에 컴퓨터 연구실을 설치했다. 자동차 디자인을 위한 스튜디오와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은 유명 자동차 회사와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최고 시설에서 최고 전문가들에 의해 수업이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수준 또한 높다.

당장 입학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일반 대학과 달리 디자인 대학인만큼 입학하기 위해서는 작품집인 포트폴리오가 가장 중요하며 순수예술학과를 제외한 학과의 경우 고교 졸업 이후 평균 1, 2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 대학의 입학생 평균 연령은 미국 일반 대학의 평균 졸업 연령인 23세다. 자동차학과의 경우에는 경쟁이 더 치열해 입학생 평균 연령이 24세다. 하지만 졸업은 일반 대학보다 빨리 할 수 있다. 8학기를 이수해야 졸업하는데 방학 없이 매년 3학기씩 진행되니 2년 반이면 졸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학후에는 강도 높은 교육과 평과 과정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선 학기별로 과목당 3번만 결석하면 그 과목은 무조건 낙제다. 또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한 학기 동안 만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야만 하고 졸업하기 전까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정식 리뷰를 2번씩 해야 한다. 설명회와 리뷰 때마다 교수들에게 이전보다 향상된 수준을 보여 주어야만 졸업할 수 있다.

24시간 개방되는 학교는 이 때문에 항상 학생들로 북적인다.

최근 캠퍼스에서 만난 자동차학과 졸업반(8학기) 숀 모하담 씨는 “오전 2시에 학교에 왔는데 오후 10시에 집에 갈 생각”이라며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것이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강도 높은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졸업을 연기하거나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동차학과의 경우 매 학기 20명 정도가 입학해 10명에서 15명만 졸업한다.

하지만 일단 졸업만 하면 취업의 문은 넓다. 실제 지난해 이 학교의 전체 졸업생 중 졸업 후 1년 안에 취업한 비율은 89%에 이른다.

이 대학 졸업생인 자동차학과 임범석 교수는 “취업한 졸업생들이 회사가 학교보다 더 편하다고 말할 정도로 각종 평가 등 학생 개개인의 수준 향상을 위한 장치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패서디나=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유명 자동차社 디자인 책임자 절반 ‘아트센터’가 장악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으로 가라.’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담당 간부들을 보면 이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BMW 디자인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크리스 뱅글, GM의 디자인 담당 부사장 웨인 체리, 포드자동차 디자인 부사장 제이 메이스, 크라이슬러 디자인 총책임자 트레버 크리드, 도지 바이퍼의 디자이너 크레이그 듀페이, 포르셰의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그란트 라르손, 엔초 페라리를 디자인한 오쿠야마 겐, 롤스로이스 팬텀과 100EX를 디자인한 마레크 조르제비치, 닛산 부사장 나카무라 시로, 머스탱을 디자인한 래리 시노다, 폴크스바겐의 비틀과 아우디의 TT를 공동 디자인한 프리먼 토머스 등이 모두 이 대학 동문이다.

영화 속 자동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배트맨’과 ‘아마겟돈’에 나오는 공상 자동차를 디자인한 해럴드 벨커 역시 이 대학 출신이다.

또 포드, GM 등 유명 자동차 회사들은 미래 자동차의 디자인에 대한 학생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학기별로 이 학교 자동차학과에 프로젝트를 맡긴다. 이 회사들은 또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인턴사원으로 받고 있다.

패서디나=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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