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대학]<28>日 아이즈 大

입력 2006-07-10 03:06수정 2009-10-0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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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대 1학년생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영어회화 수업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어학 프로그램이 내장된 워크스테이션에서 자신과 원어민의 발음의 파형을 비교할 수 있다. 아이즈와카마쓰=천광암 특파원
《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시스템(OS)의 하나인 ‘윈도NT’를 개발하면서 1995년 전 세계 10개 대학과 기관에 연구 일부를 의뢰했다.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카네기멜론대 등 컴퓨터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명문대와 유명 연구소들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설립 2년째인 일본의 ‘미니’ 지방대학이 하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인 후쿠시마(福島) 현이 1993년 이 나라 최초의 컴퓨터 전문 4년제 대학으로 설립한 아이즈(會津)대다.》

아이즈대는 후쿠시마 현 서부에 있는 인구 13만 명의 소도시 아이즈와카마쓰(會津若松) 시에 자리 잡고 있다. 학부는 컴퓨터이공학부 하나뿐. 미국 실리콘밸리의 연구단지와 중세 수도원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아이즈대 안은 평일인데도 교정을 지나는 학생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캠퍼스는 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돔의 4배에 이르는 넓이인 데 비해 학생(학부 기준)이 1043명에 불과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립(縣立)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학생들은 일본 열도 전역에서 모여들고 있다.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 미야자키(宮崎) 현과 구마모토(熊本) 현 2곳에서만 학생이 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5년째 인터넷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백인천 교수는 “졸업하기 전에 국제학술회의에 논문을 발표하는 학생이 5명에 1, 2명꼴일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아이즈대 졸업장은 일본 컴퓨터업계에서는 취업 보증서로 통한다. 지난해에는 90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아이즈대를 직접 찾아와 취업설명회를 열었다.

아이즈대는 첫 졸업생이 나온 1996년 취업률 100%를 기록한 이후 1999년 94%대를 제외하고는 매년 97∼100%대의 취업률을 보였다. 그 비결을 엿보게 해 주는 곳 중의 하나가 컴퓨터연습실이다.

학교 건물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연습실은 미니컴퓨터와 PC의 중간에 해당하는 워크스테이션으로 가득했다. 1학년생인 다카코 시즈카(高子靜·18) 양은 “컴퓨터연습실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개방되기 때문에 심야와 휴일을 가리지 않고 워크스테이션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곳에 있는 워크스테이션은 모두 1000대로 학생 1인당 1대꼴이다. 각종 PC까지 합하면 모두 3000대로 학부생 대학원생 교직원을 모두 합한 수보다 2배 이상 많다.

이 학교가 문을 열 당시 워크스테이션 1대의 가격이 약 400만 엔이 넘는 고가였으나 후쿠시마 현은 ‘일본의 빌 게이츠’를 키워 내는 인재의 산실로 만들기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1993년 당시 비슷한 규모의 이공계대를 설립하는 데 약 180억 엔 정도가 들었지만 아이즈대에는 400억 엔이 투자됐을 정도다. 아이즈대가 첨단정보화와 함께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국제화다. 강의동 3층의 한 어학실에서는 1학년생 20여 명이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 레느 굽타 강사에게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었다.

말하기와 듣기 수업은 대부분이 정보기술(IT)과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한 다른 대학의 회화교육과는 차이가 있다. 학생들의 책상 위에는 소형과 대형 모니터가 각각 1대씩 놓여 있어 아이즈대가 컴퓨터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학생들은 3학년 2학기가 되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올바른 발음과 자신의 발음이 나타내는 파형(波形)을 비교해 보면서 회화연습을 하게 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 시스템에는 2500여 개에 이르는 IT 관련 단어와 단문의 정확한 발음 및 파형이 내장돼 있다. 이 시스템 개발자로 토플(TOEFL)의 권위자인 무라카와 히사코(村川久子) 어학연구센터 교수는 “자신의 발음이 어디가 틀렸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무라카와 교수는 “일본인이 ‘R’ 발음만 제대로 해도 원어민에게는 배 이상 알아듣기 쉬운 영어가 된다”면서 “이 시스템을 통해 배운 학생들은 최소한 ‘R’ 발음만큼은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즈대는 3, 4학년 수업의 약 절반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으며 까다롭게 심사하는 졸업논문도 영어로 쓰도록 한다. 또 학교의 모든 공문서는 영어와 일본어를 함께 사용한다.

교수 구성도 국제적이다. 94명의 교수 중 일본인은 58명이며 나머지 36명은 미국 러시아 중국 한국 독일 캐나다 등 11개국 출신이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4학년생 고가 세이야(古賀聖也·21) 씨는 “세계 각국의 교수들에게 배우기 때문에 유학을 갈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아이즈와카마쓰=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교수-졸업생 벤처 설립 日공립대 1위▼

아이즈대 캠퍼스 안에 있는 산학협력기관인 이노베이션센터(UBIC).

인간의 움직임을 포착해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운동해석설비와 3차원극장 등 첨단시설이 즐비한 UBIC에는 ‘디자이니엄’이라는 작은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10평도 안 되는 작은 사무실 안에는 마에다 사토시(前田諭志·26) 사장과 직원 4명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콘텐츠를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에다 사장은 아이즈대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돼 있는 ‘과외(課外) 프로젝트’를 통해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1998년 아이즈대에 입학한 그는 컴퓨터 그래픽(CG) 관련 과외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4년간에 걸쳐 25분짜리 CG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었다. 수업도 내팽개친 채 CG에 몰두해 온 그는 지난해 2월 학교를 자퇴하고 디자이니엄을 설립했다. 직원 4명은 모두 지난해 졸업생. 인턴사원 4명은 재학생이다.

마에다 사장은 “아이즈대 수준의 첨단 운동해석설비를 갖춘 대학은 일본에 2곳뿐”이라면서 “이런 고가설비를 값싸게 빌려 쓸 수 있어 UBIC는 신생 벤처기업으로서는 최고의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 분야의 기초가 튼튼한 재학생들을 인턴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즈대는 컴퓨터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답게 벤처 창업 열기도 어느 대학보다 뜨겁다. 아이즈대 교수나 졸업생이 설립한 벤처기업은 모두 19개로 일본의 공립대(국립대 제외) 가운데 1위다.

대학의 역사가 13년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1개 이상씩 벤처기업이 설립된 셈이다. 외국인 교수들도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창업으로 연결시키는 데 열심이다. 러시아에서 온 니콜라이 미렌코프 교수는 신체장애자와 고령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e메일시스템을 개발해 2004년 7월 ‘소라(空)’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또 중국에서 온 웨이다밍(魏大名) 교수는 의료정보시스템 개발과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벤처기업을 지난해 3월 창업했다.

아이즈와카마쓰=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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