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대학]<26>美 미들버리大

입력 2006-06-29 02:59수정 2009-10-07 19:2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미들버리대의 중심부에 있는 애트워터 코먼스의 내부. 재학생들이 식당 학습모임 장소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이다. 미들버리=김승련 특파원
미들버리대 학생들이 동양종교론 시간에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뒤편 칠판에는 힌두교와 불교를 비교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가운데는 담당 교수. 사진 제공 미들버리대
리보위츠 미들버리大 총장
‘부대끼며 공부한다, 다양성 속에 균형을 찾는다, 미국 밖 세상에 관심을 둔다.’

미국 버몬트 주 푸른 초원지대에 위치한 미들버리대를 취재해 얻은 이 학교의 교육철학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미들버리대는 ‘마른 수건을 또 짠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교수 대 학생비율은 1 대 9. 이른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을 중심으로 외국어 자연과학을 가르치는 리버럴 아트 칼리지로선 평균적인 비율이다.

이런 정도라면 수업시간에 딴전을 피운다거나, 다수에 묻혀 휩쓸리듯 대학생활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은 학생과 교수, 학생과 학생 사이의 대면 접촉을 늘려 주지 못해 안달이다.

‘코먼스(Commons) 주거’ 제도가 단적인 예다. 넓은 대지 위에 작은 건물 60, 70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학교는 다섯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중심에 식당, 소모임 공간, 휴게시설로 이루어진 코먼스를 배치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기숙사 강의실 도서관이 지척에 있다. 결국 동급생끼리 함께 수업을 듣고, 운동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루 종일 얼굴을 비비며 지내도록 만들자는 것이 목적이다.

로널드 리보위츠(49) 총장은 21일 기자와 만나 “학교 구성원이 서로 어깨동무한 것과 같은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낄 때 소외 없는 학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에게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학교는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올해 발표한 대학순위에서 리버럴 아트 칼리지 분야 8위로 올라섰다. 덩달아 지원자도 늘었고, 합격통지서를 여러 장 받아 든 뒤 미들버리대를 선택하는 학생의 비율이 40%대 초반에서 47%로 늘어났다. 대학 측은 “이런 비율은 단 1%포인트도 높이기 힘든 수치이기 때문에 대학 당국이 한껏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신입생은 680명.

줄리아 웨스트 씨는 “아이비리그와 같은 큰 대학에 대한 관심이 없지는 않지만,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원 조교에게 수업을 듣기는 싫었다”고 말했다.

미들버리대 학생에게 전공을 물었다가는 당황하기 일쑤다. 내년 졸업할 예정인 말레이시아 출신 찰리 고(여) 씨의 전공은 물리학 미술사 건축학이다. 인문학과 순수과학을 마음껏 공부한다는 학교 목적에 따라 전공의 벽을 넘나들며 강의를 들었다. 그는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이라고 믿고 살았지만 이곳에서 공부하며 미술적 창의력도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통합을 강조하는 캠퍼스 문화는 1학년생의 필수과정인 ‘신입생 세미나’에서부터 강조된다. 신입생은 14명이 그룹을 만들어 1년간 ‘기술+사회혁명’ ‘러시아문화+국가분쟁’ 등 이종학문이 버무려진 주제를 놓고 세미나를 해야 한다. 학생뿐만 아니다. 강의교수에게도 ‘평소 연구과제와는 다른 분야를 선택해 학생과 같이 공부해 가며 수업하라’는 조건이 붙는다고 한다. 입학 첫해에 만난 세미나 교수는 대체로 4년간 지도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 홍보책자의 표지에는 “결국은 균형 잡기에 달려 있다(It's all in the balance)”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세라 레이 홍보국장은 한쪽 진실만 보지 않고, 다양한 사고체계를 맛보는 것이 리버럴 아트 교육의 핵심이란 믿음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두루두루 공부하다가 취업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 앨리슨 비얼리 교무 부총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 졸업생들은 직장에서 복잡한 문제의 가닥을 잡아내 해결하는 능력이 다른 대학 출신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개 언어를 하면 이중언어자(bilingual), 1개 언어만 구사하면 미국인(American)”이란 농담이 있었다. 미국인의 외국어 무관심을 비꼰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미들버리대에선 이런 농담은 통하지 않는다. 입학생의 60%가 1, 2학기를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해외 10개국 27개 대학으로 가 그 대학에 개설된 ‘미들버리 과정’을 듣고 있다. 레이 홍보국장은 “그냥 교환학생을 보내는 정도가 아니라 미들버리대의 전임교수가 현장에 머물며 학생들의 학습과정을 세밀히 살핀다”고 했다.

미국 밖 세상의 이해를 강조하는 학교 방침은 전공과목에서 나타난다. 44개 전공 가운데 아랍어 러시아어와 같은 어학과 문학, 중동학 아프리카학 등 지역학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올 초 이 대학을 ‘국제학을 전공하기에 가장 좋은 학교 1위’로 선정했다.

미들버리=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美 최고수준 어학캠프▼

미국 버몬트 주 산골의 미들버리라는 소도시는 매년 여름 새로운 도시로 거듭난다.

‘미국 최고’를 자랑하는 미들버리 어학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도시상주인구 8100명의 20%에 가까운 약 1320명의 외부학생이 이곳을 찾는다.

언어의 바다에 흠뻑 빠지도록 만드는 독특한 스파르타 교육법이 자랑거리다. 학생들은 강의 첫 주에 “내가 배우려는 언어 이외엔 한마디도 안 쓰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한다. 식사할 때나, 주말에 축구를 할 때도 ‘그 나라 말’만 써야 한다.

외국어 강사들은 학생들과 같은 건물에서 자도록 배치했다. 그 나라 말 능통자를 조교로 고용해 프로그램 곳곳에 배치해 놓는다.

중도탈락자가 없을 수 없다. 마이클 가이슬러 외국어학교 교장은 “매년 20명 정도는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자퇴하거나, 영어를 여러 번 사용하다 쫓겨난다”고 했다.

모두 9가지 외국어가 대상이다. 영어사용자에게 비교적 쉽다는 남서유럽언어(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는 7주간 진행되고, 어렵다는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러시아어는 9주 프로그램이다. 아직 한국어는 없다. 가이슬러 학장은 “10번째 외국어 후보는 히브리어지만, 한국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배우겠다는 학생들은 왜 상하이나 베이징 대신 프랑스 문화의 영향이 큰 캐나다 접경지대 시골마을로 흘러 들어오는 걸까.

바이젠화(白建華) 교수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생들 분위기가 상호 자극을 일으켜 몇 주가 흐른 뒤 감쪽같이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들버리=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