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聯·사립중고교장協 “내년 신입생 모집 거부”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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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학교연맹 긴급 이사회한국기독학교연맹 대표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연 뒤 2006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박영대 기자
기독학교연맹 긴급 이사회
한국기독학교연맹 대표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연 뒤 2006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박영대 기자
종교계를 중심으로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진보적인 종교단체가 사학법 지지를 선언하는 등 사학법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기독학교연맹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6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 단체에는 123개 중학교와 165개 고교 등 모두 349개 학교가 소속돼 있다.

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헌법이 보장한 종교와 종교 교육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순교적 정신으로 어떠한 고난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음을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대한사립중고교교장협의회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40여 명의 교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신입생 모집 중단 등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의 결의에 따르기로 했다.



사립 중·고교 교장회 “신입생 배정업무 거부”

이에 반해 천주교정의사회구현사제단,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소속 11개 종교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사학법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친인척 이사 수를 줄이고 1명의 개방형 이사를 받아들이며 이사회, 예결산, 신임교사 채용을 공개하자는 것이 종교의 자유와 건학 이념을 해친다는 일부 종교 사학재단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일부 사학은 학생 교육권을 볼모로 한 폐교와 신입생 모집 중지 발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기독교계 교사단체로 구성된 ‘좋은 교사 운동’도 이날 “개방형 이사 도입으로 건학 이념이 훼손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바람직한 학교 경영을 통해 건학 이념을 지켜야 한다”며 기독교계 사학재단이 개정 사학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盧대통령, 23일 종교계와 간담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사학법 개정안에 반발하는 종교계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연다. 김만수(金晩洙)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23일 종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면서 사학법을 비롯한 사회 현안에 관해 종교 지도자들의 의견과 조언을 듣고 종교계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종교계 지도자는 지관(智冠) 조계종 총무원장, 백도웅(白道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최성규(崔聖奎)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김희중(金喜中)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간 대화위원장, 이혜정(李慧定)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崔根德) 성균관장, 한광도(韓廣道) 천도교 교령, 한양원(韓陽元)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 8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종교계 지도자들에게 사학 운영을 투명하게 한다는 사학법의 취지를 직접 설명하고 향후 시행령에 건학이념 훼손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전교조, 사학을 약탈 자본으로 규정”▼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20일 서울 마포구 홀리데이인서울호텔 한식당에서 교육계 원로들과 오찬간담회를 열고 사학법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표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이 자리에는 정근모(鄭根謨) 명지대 총장과 이상주(李相周) 성신여대 총장, 교육부 장관 출신인 이돈희(李敦熙) 민족사관고 교장, 권이혁(權彛赫) 성균관대 이사장, 정범모(鄭範謨) 한림대 석좌교수 등 5명의 교육계 인사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사학계 원로들은 개정 사학법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한나라당의 사학법 무효화 투쟁을 격려했다.

이 총장은 “사학법 추진의 주축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000년 교사 연수 당시 사학재단을 ‘약탈적 자본’으로 규정하는 등 사학을 보는 시각이 대단히 위험하다”며 “전교조가 조직력을 갖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면 사학은 4분의 1(개방형 이사 비율) 이상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사학법 처리는 대표적인 다수의 폭거”라고 비판했고, 권 이사장은 “대통령이 사학법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에 “이번에 사학법을 철회시키지 못하면 (열린우리당이) 무엇이든 밀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강하게 버티지 않으면 무너진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30여 명의 의원과 함께 사학법 무효화를 위한 확대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일정 및 방법을 의논했다. 의원들은 사학법 재개정안 발의 및 의정보고회, 당원 교육, 부모와의 접촉 확대, 사이버 공간 활용 등 홍보 전략 중심의 아이디어들을 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진경 교육비서관 “종교계 사학 건강”▼

김진경(金津經) 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은 20일 “사립학교법 논란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특정 교원단체 교사들이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사립학교를 장악하고 좌경교육을 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라며 “개방형 이사제와 학교 교육 내용을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비약”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평야지대에 사립학교가 많은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사립학교 재단 이사회는 학교 경영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단위이지 교육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결정하는 단위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사학법 개정을 통해 사학을 장악할 것을 우려하는 한나라당 등의 반발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종교계 일각의 반발을 의식한 듯 “우리나라 사학의 24.4%를 차지하는 종교계 사학들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학들이며 이러한 건전 사학들은 오히려 광복 이후 왜곡된 사학정책에 의해 피해를 보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사항을 시행령과 사학 정관에 위임토록 한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 “종교사학의 경우 해당 종교와 관련된 개방형 이사가 설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주장은) 황당한 논리의 비약이 아니라 상당한 논리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 “사학에 자율권도 주지 않고 간섭만 하려는 것은 현 정권의 목적 달성을 위해 사학을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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