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님! 한말씀]박철 국민銀 연구팀장

  • 입력 2005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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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 부유한 삶을 살지, 가난한 삶을 살지 결정하는 것은 물려준 재산이 아니라 금융 지식의 차이입니다.”

박철(사진) 국민은행연구소 연구팀장은 금융계에서 첫손 꼽히는 어린이 금융교육 전문가. 금융 지식이 부족한 사람을 일컫는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을 대중화시킨 주인공이다.

박 팀장은 2002년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에게 은행 차원에서 조기 금융교육을 벌이자고 제안해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 “아이 이름으로 3개 통장을…”

어린이 금융교육은 자신이 관리하는 용돈이 생기는 시기인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것이 박 팀장의 지론이다.

그는 금융교육을 “단순히 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것 외에 아이에게 올바른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돈을 저축하고, 잘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만큼 ‘잘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영국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어린이 금융교육을 할 때 ‘3S’를 강조합니다. 저축(Saving), 소비(Spending), 나눔(Sharing)이 그것입니다. 어린이 경제 교육이 곧 인성 교육이죠.”

그는 잘 나누는 법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용도가 다른 3개 통장을 만들어 주라”고 권했다. 하나는 자신을 위한 통장, 다른 하나는 가족을 위한 통장, 나머지는 이웃과 사회를 위한 통장.

“통장이 하나만 있으면 자신밖에 모르는 어른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2개 더 만들면 자연스럽게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게 됩니다.”

○ 아이 이름으로 펀드 가입

“아이에게 용돈을 주면서 ‘아껴 써라’, ‘저축해라’는 말을 안 해본 부모가 있을까요. 이런 ‘아날로그식’ 훈계 대신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쳐 보세요.”

투자하는 방법을 일깨워 주는 데는 자녀 명의 펀드를 만드는 게 최고란다.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요즘 인기 있는 적립식 펀드는 최소 납입금액이 대부분 5만 원. 돈이 모이면 넣고, 없으면 건너뛸 수도 있다.

“꾸준히 모은 용돈을 펀드에 넣게 하면 ‘목표’가 생깁니다. 더 아껴 쓰게 되죠. 특히 주식형 펀드는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변화무쌍해 그것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생생한 경제 교육이 될 수 있어요.”

오랜 기간 투자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적립식 펀드를 자녀 이름으로 가입하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가입 기간에는 훌륭한 경제 교과서가 되고, 자녀가 성인이 되면 종자돈이 생기는 것.

○ 성인 금융문맹 탈출은 가계부 작성부터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성인 중에도 ‘금융문맹’이 의외로 많다.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월급 통장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박 팀장은 가계부 쓰기를 적극 권한다.

“장기 계획을 짜려면 현재 소득과 지출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입니다.”

지출 내용은 ‘한 달 용돈 50만 원’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기입하지 말고 명세를 꼼꼼히 적는 게 좋다. 그러다 보면 불필요한 지출이 눈에 잘 띄기 때문.

“가계부 작성은 금융 마인드를 높일 수 있는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하나하나 적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활 속의 경제’를 이해하게 될 겁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박철 연구팀장은… △1967년 대전 출생 △1993년 고려대 무역학과 졸업 △1995년 고려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5∼98년 국은경제연구소 연구원 △1999∼2000년 국민은행연구소 책임연구원

△2001∼2004년 국민은행연구소 전문연구원 △2003년 대통령표창 수상(저축 증대 유공) △2004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금융인 선정 △2005년∼현재 국민은행연구소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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