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효율 무시한 나눠먹기 공공기관 移轉

동아일보 입력 2005-05-26 03:21수정 2009-10-0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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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 발전을 앞세운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간 나눠 먹기로 흘러 국가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지역 갈등을 더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최대의 알짜 공기업이라는 한국전력의 경우 지역 간 유치 경쟁이 가열돼 여당은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기에 바쁘다.

정부는 행정도시 예정지 권역인 대전 충남에는 대형 공공기관을 배정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하지만 공공기관 직원들의 1순위 희망지역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남북과 인천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충청권을 배제하더라도 영호남 지역 경쟁이 첨예해 조정이 간단하지 않을 것 같다.

기업 활동의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대형 기관의 경우 지방으로 옮기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업무 수요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있다. 본사 사무실은 지방에 두고 주된 일을 수도권에서 처리하는 기형(畸形) 기업이 될 판이다. 이런 공기업의 양산은 결국 국민 부담의 증가로 이어진다.

수도권에 있는 멀쩡한 청사와 설비를 비워 두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데 따르는 자원 낭비도 결코 적지 않다. 혁신도시와 연계하는 공공기관 이전에 대략 20조 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와 있다. 이에 따른 재정 부담 역시 국민에게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터와 청사를 매각해 상당 부분을 충당한다고 하지만 대형 부동산의 매각이 순조로울지 의문이다.

수도권에 수십 년씩 터를 닦은 공공기관의 절반가량을 일거에 무리하게 지방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강행하면 상당한 부작용과 국민 불편이 따를 것이 뻔하다. 이전 대상을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남은 임기 안에 제대로 할 수 있는 일과 자칫 욕심 부리다가 어질러만 놓을 우려가 있는 일을 구분하는 신중함과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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