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쑥쑥]<4>수학교육

  • 입력 2005년 4월 2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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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씨와 동이의 가게놀이(덧셈 뺄셈). ① 동전에 동그란 스티커를 붙여 1원 5원 10원을 만든다. ② 엄마가 구멍가게 주인이 돼 과자(5∼9원)와 음료수(5∼9원)를 진열하고 아이에게 판다. 아이는 덧셈을 해야 한다. ③ 이번에는 아이가 문구점 주인이 된다. 문구점에서는 1∼19원의 물건을 판다. 엄마는 10원짜리를 낸다. 아이는 뺄셈을 해야 한다. 김미옥기자
이원영씨와 동이의 가게놀이(덧셈 뺄셈). ① 동전에 동그란 스티커를 붙여 1원 5원 10원을 만든다. ② 엄마가 구멍가게 주인이 돼 과자(5∼9원)와 음료수(5∼9원)를 진열하고 아이에게 판다. 아이는 덧셈을 해야 한다. ③ 이번에는 아이가 문구점 주인이 된다. 문구점에서는 1∼19원의 물건을 판다. 엄마는 10원짜리를 낸다. 아이는 뺄셈을 해야 한다. 김미옥기자
재판 끝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 영재 송유근(8)군은 다섯 살 때 수학부터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송 군의 어머니는 매일 수학책으로 송군에게 공부를 시켰다. 송 군은 얼마 되지 않아 미적분 기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 수학영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메사연구소가 최근 취학 전 자녀의 교육현황과 창의성의 연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글에 이어 수학공부를 가장 많이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가 수학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의 도전의식(2.00 만점)을 조사했더니 ‘받지 않은 경우’(1.76)가 ‘받은 경우’(1.44)보다 도전의식이 높았다. 그러나 정서표현력은 ‘받은 경우’(1.78)가 ‘받지 않은 경우’(1.5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 정미숙 소장은 “다른 영역에 비해 특히 수학교육방법이 학습지 이용도가 높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 고정관념은 사고 정형화 불러

정 소장은 “학습지의 경우 반복학습으로 쉽게 기초지식을 암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어린아이들의 경우 수학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고 지식을 응용하거나 원리를 습득하는 고차원적 지식 습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습지 풀이는 ‘모든 것에는 답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줘 아이들의 사고를 정형화 획일화시켜버리며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대 이소은 유아교육학과 교수도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응용해볼 수 있는 수학프로그램들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가 충북 단양군의 만 5세 유치원생 51명을 대상으로 8주 동안 컴퓨터 소프트웨어 경험이 유아의 창의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살펴봤더니 답이 여러 형태로 나올 수 있는 수학 소프트웨어를 경험한 유아들의 창의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머리 눈 코 다리 모양이 다양한 줌비니(미국에서 개발된 캐릭터의 일종)를 특성에 따라 분류하거나 순서를 세우도록 하는 ‘줌비니 수학논리여행’같은 게임을 경험한 집단이 단답형 수학문제풀이를 한 집단보다 창의성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다.

이 연구에 참여한 김경수 청주 용담초등 병설유치원 교사는 “수학프로그램을 전혀 접하지 않은 집단보다는 어떤 형태의 수학프로그램이라도 접하도록 한 집단이 수와 공간지각능력에서 점수가 높았다”고 소개했다.

동네에서 다른 엄마들과 품앗이 교육을 하고 있는 이원영(37·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집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학교재는 많다”며 아이와 수학놀이를 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딸 동이(8·초등 1년)와 집에서 하는 수학놀이 104개를 엮은 ‘수학아 놀자’의 저자이기도 하다.

○ 집에서 수학놀이 창의성 도움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꼽은 논리 수학영역의 창의적 천재는 아인슈타인. 그는 열두 살 때 유클리드 기하학에 관한 책을 보며 ‘삼각형의 세 높이는 한 점에서 교차한다’와 같은 주장을 너무나 명쾌하게 증명해냈다.

매일 단답형 수학문제 풀이에 매달리거나, 원리도 모르는 채 구구단도 모자라 19단을 달달 외운다면 창의성에서는 점점 멀어진다. 학습지 풀이를 강요하거나 19단 책받침을 사주기 전에 엄마들이 염두에 둘 일이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수학놀이 이렇게 해요▼

▽아이와 집안일을 함께하자=밥상을 차리면서, 빨래를 개면서 직육면체 모양의 물건을 찾는 놀이를 할 수 있다. 오이를 썰면서 분수도 배울 수 있다.

▽부모가 편하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선택한다=부모가 다음날 놀 거리를 미리 준비한다면 놀이가 즐겁지도 않고 오래 지속할 수도 없다

▽엄마도 아이도 실수를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좋다=수학놀이의 가장 큰 장점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종이상자를 펼쳐 전개도를 만드는 놀이에서 뚜껑을 잘라 버리는 실수를 많이 하자. 아이는 전개도에서 뚜껑부분만큼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하고 싶은 때 시작하고, 하기 싫을 때 그만두자=교사보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좋은 것은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지루해 하거나 부담스러워하면 그만두고 다음시간을 기다린다.

▽비싼 교재와 교구는 사지 않는다=완성된 교구를 산다면 수학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다. 수학놀잇감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학의 원리를 배운다.

▽비디오 같은 영상매체를 사용하지 않는다=어린시절 정말 필요한 수학적 경험은 남이 하는 것을 구경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온 몸으로 체험하는 직접경험이다. 수학비디오나 컴퓨터 프로그램도 직접 경험보다는 효과가 적다.

자료: 이원영의 ‘수학아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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