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검증]10개 공기업 지방이전 반발 확산

  • 입력 2005년 3월 22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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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10개 대형 공기업 본사의 노조 가운데 농수산물유통 농업기반 대한광업진흥 대한주택 한국관광 한국도로 한국석유 한국전력공사 노조 등 8곳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한국가스 한국토지공사 등 2곳의 노조도 이전 절차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정부 여당의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공기업 노조들의 반발도 격화될 것으로 보여 마찰이 예상된다. 일부 공공기관 노조로 구성된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대표들은 22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에 공공기관 이전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본보가 21, 22일 10대 공기업 노조의 위원장 및 간부를 상대로 본사 이전에 대한 입장을 전화로 조사한 결과 이전에 반대하는 8개 공기업의 노조는 △자녀교육 △주거환경 △가족해체 등 사생활 불편과 △사업 관련 기관 및 업체와의 인접성 △정부 및 국회와의 근접성 △해외 교류의 편의성 등과 관련된 업무의 효율성 저하를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특히 광진공에서는 최근 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광진공의 사(使) 측 관계자는 “중고교생 자녀를 둔 직원 비율이 60%가 넘기 때문에 이전할 경우 자녀교육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경우 농수산물을 쉽고 빠르게 유통시켜 경쟁력을 높이려면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유전 개발 사업에 주력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외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모여 있는 수도권을 벗어날 경우 외국 대형 석유회사들과의 경쟁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관광공사도 관광산업의 중추인 호텔과 여행사의 대다수가 서울에 모여 있다는 이유로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이처럼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개진하고 있으나, 사 측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이전에 반대하는 내부 의견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공사에서는 사 측이 노조의 반대 움직임에 못 이기는 척 편승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대형 공기업의 고위 임원은 “최근 실시한 사내 여론조사에서 업무 효율 저하 등의 이유를 들며 다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나 공공기관 이전에 앞장서서 반대하는 것으로 보일 것 같아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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