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色이다]상쾌… 안정… 조화… ‘초록 향연’

  • 입력 2005년 3월 3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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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겉옷을 벗어던지고 오랜만에 햇살 가득한 남녘으로 나섰다. 겨우내 칙칙한 무채색으로 잠들어 있던 산과 들은 풋풋한 향기와 함께 초록빛으로 활기를 불어 넣는다.

봄은 색깔로 우리 곁으로 온다. 우리 몸은 시각, 촉각, 후각이 묘하게도 한꺼번에 작동한다. 남도에서 초록의 향연을 맞이한 덕분에 당분간 사용할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갓 입학한 학생이나 신입사원은 신록과 같아서 그들 곁에 다가가면 연초록색 사이다 느낌이 난다. 젊음의 이미지인 초록은 여리지만 상쾌하고 어설프지만 사랑스럽다. 풋내기란 말에는 초록빛 순수가 곁들여 있다.

초록은 정신 활동에 지친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고 지적 능력을 왕성하게 한다. 그러니 잠시 짬을 내어 화원으로 가서 봄기운 가득한 화분이라도 골라보자. 실내에 화초를 두면 자연에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뿐 아니라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찌들기 쉬운 현대인의 감성을 부드럽게 완화시켜준다.

건전한 판단력과 이해력을 유도하는 초록은 자연이 주는 안정감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들은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세련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초록색 옷을 즐겨 입는 사람은 침착하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초록은 자연과 평화를 상징한다. 자연 사랑을 슬로건으로 내거는 그린피스는 환경 의식을 고취시키고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초록을 앞장세운다. 초록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재확인시켜주고 문명의 부작용을 견제한다.

부드럽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주기위해 소주병은 초록색으로 만든다. 초록 소주병은 독한 소주가 결코 건강에 해롭지 않을 것이란 인상을 준다.

초록은 행운과 불운을 동시에 부른다.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장 색상이 초록이고 당구대와 도박판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초록 지폐로 인해 기쁨과 슬픔을 겪는다.

고요하고 안전한 색인 초록은 인테리어에서 포인트 효과를 낸다. 다만 너무 넓은 면이나 원색에 가까운 초록을 사용하면 지루하고 무기력해질 수도 있음을 기억해 두자.

성기혁 경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khsung@kyungb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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