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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국내 첫 百歲人 연구 개척 서울대 의대 박상철교수

입력 2004-11-16 18:59업데이트 2009-10-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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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늙자”고 말하는 박상철 교수는 언제든지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생산성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고령화시대 지역사회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세월에 따라 늙어가는 현상, 즉 노화(老化)는 흔히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나서 자라고, 늙고, 그러다 결국 죽음에 이르기 마련이라는 ‘숙명론적’ 인식이 때때로 살아 있음을 우울하게 만들곤 한다. 국내 최초로 백세인(百歲人) 연구를 개척한 노화 연구학자 박상철(朴相哲·55) 서울대 의대 교수는 노화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노화는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일 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 생화학을 전공한 ‘실험실 출신’답게 박 교수는 머릿속의 이론 전개가 아닌 실험으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했다.》

○노화는 생명보전위한 생존 전략

‘늙으면 쉽게 죽는다’는 것도 상식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간의 늙은 세포와 젊은 세포에 자외선과 약물 등을 투입해 자극을 가했더니 ‘상식’과는 다르게 늙은 세포가 오히려 잘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쥐에 독성물질을 투입하는 실험 결과 역시 늙은 쥐보다는 젊은 쥐에서 손상이 많이 일어났다.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실험결과는 국제적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2002년 신년호)에 커버스토리로 소개되기도 했다.

“노화는 생명을 보전하려는 생존 전략입니다.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늙어 보이는 것이죠. 상처가 나면 노인이 젊은 사람보다 더디게 낫는데 이는 노화되면 외부 신호를 받아서 전달하는 체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노화형질을 바꾸면 빨리 낫게 할 수 있습니다.”

한국노화학회 회장과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해 한국을 대표하는 노화학자로 자리매김된 그의 원래 전공은 ‘암’. 1980년대 암 연구를 하면서 외국 학술행사에 참여하다보니 고령사회 문제를 자주 듣게 됐고 특히 노인암에 관심이 갔다고 한다. 1990년대 들어 그의 연구테마는 자연스럽게 노화로 옮아갔다.

한국의 노화 연구는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됐다. 100세 이상의 초고령 수명을 누리는 백세인을 포함한 고령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 그러나 연구 수준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1989년 한국노화학회가 설립된 뒤 젊고 유능한 연구 인력들이 노화 연구에 뛰어들면서 단기간에 수준이 올라섰다는 것.

○가족-이웃 함께하는 한국노인들이 더 건강

올해 5월 스웨덴에서는 백세인을 연구하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20개 연구단 회의가 열렸다. 노화와 장수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격년 정례회의다. 3박4일의 회의 기간 중 박 교수는 4시간을 배정받아 일반적인 노화연구 분석틀에 더해 가족관계, 환경생태, 경제지리적 변수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새로운 접근법과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장수연구의 역사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측이 노리던 차기 회장에 박 교수가 지명되는 부수적 성과까지 얻었다. 그는 2000년부터 세계적 권위의 노화 전문저널 ‘노화의 원리(MAD·Mechanism of Ageing and Development)’의 편집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외국은 고령 노인을 가족이 아닌 사회가 부양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상당부분 가족들이 부양합니다. 동네사람들도 노인들을 집안사람 못지않게 챙겨드리죠. 장수 노인이 많은 지역에선 결혼 60주년 회혼례를 지방자치단체가 올려주기도 하지 않습니까. 10월 전남 순창군에서 열린 국제 백세인 심포지엄에 참석한 해외 학자들은 한국의 이 전통을 보고 ‘세계적으로 본받아야 할 모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가족, 이웃과 함께하는 한국의 노인들이 사회제도에 맡겨진 선진국의 노인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하다는 것이죠.”

○주어진 수명 극대화가 중요

그는 노화학자면서도 다른 학자들이 하는 생명 연장 연구를 일절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초고령 노인층을 받아들일 사회적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명만 연장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

“주어진 수명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인간에게 100세 정도는 주어졌다고 봅니다. 그 기간에 그저 오래 사는 것보다 고령에도 정상에 가까운 신체기능을 유지하는 ‘기능적 장수’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노인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물론 노인 스스로도 자포자기하는 마음을 버려야 하겠죠.”

:박상철 교수는:

△1949년 광주 출생

△1967년 광주일고 졸업

△1973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80년 서울대 의학박사

△1998∼1999년 한국노화학회 회장

△1998∼2000년 서울대 연구처장

△2000∼2001년 국제노화학회 회장

△2000년∼현재 세계적 노화 연구

권위지인 ‘노화의 원리’ 편집인

△2002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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