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정책과 재정확대]<下>‘빚 내서 경기부양’ 藥될까 毒될까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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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민생경제 회복의 해법으로 구상하는 것은 재정확대 정책이다. 내년에 내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기존의 금융정책이나 세제정책으로는 얼어붙은 경기를 되살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시중에 돈을 더 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의장 홍재형·洪在馨)는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내년도 예산편성 규모(일반회계 기준)를 134조∼135조원 수준으로 짜 재정확대정책을 편다는 방침을 정했다. 기획예산처가 제시한 약 130조원(적자국채 발행분 3조원 포함)에다 추가로 적자국채를 4조∼5조원을 더 찍자는 것.

이 같은 규모는 2004년 일반회계 118조3560억원에다 추가경정예산 1조7833억원을 합친 예산 120조1393억원보다 14조∼15조원 더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일시적인 경기침체기엔 재정확대정책이 효과가 있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적인 불황에서는 자칫하면 ‘마약’처럼 나라살림만 거덜 낼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건설 복지 통일 분야에 예산 집중 늘려=본지가 단독 입수한 열린우리당의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2005년도 예산 요구’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 편성 규모는 일반회계 기준으로 130조2343억원(추산)이다. 여기에 당정협의 과정에서 당이 추가로 요구한 3조9909억원을 합치면 내년 예산(일반회계 기준)은 134조2252억원이 된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예산이 추가로 늘어난 곳은 건설교통부가 2조27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보건복지부 6067억원, 통일부 2130억원, 재정경제부 2100억원, 농림부 1200억원, 산업자원부 950억원, 문화관광부 833억원 순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당 공약으로 인한 추가 소요 사업에 1조7005억원이 더 늘어났다. 부처에서 요구한 9조9185억원을 감안하면 총 11조6190억원이 당 공약 실행을 위한 추가 소요 사업에 쓰이는 셈이다.

열린우리당은 또 부처별 계속추진 사업과 관련해 1조730억원을 추가했다. 또 부처별 신규사업 추가소요분으로 부처에서 요구한 8997억원 외에 별도로 당정협의과정에서 1조2179억원을 늘렸다.

열린우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내년에 예상되는 경기 하강상태를 감안하면 적자재정 편성이 불가피하다”면서 “공약사업뿐 아니라 연구개발(R&D)투자와 교육투자, 사회간접자본(SOC), 농어촌, 산업과 중소기업, 사회복지 사업 등에 골고루 재정을 배분해 경기를 진작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재정확대는 살림 거덜내는 선심성 정책=이한구(李漢久)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재정확대정책을 쓰면 한 해는 반짝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나랏빚 때문에 국민이 골탕을 먹게 된다”면서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습관적으로 재정확대정책을 쓰고 추경예산까지 한 해에 두 차례씩 편성하면서 나라 재정을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정확대 대상이 주로 건설 등 SOC 투자에 집중되면 선거공약 관련 선심정책에 투입될 뿐 아니라 지역별 갈라먹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 의장은 “경기불황으로 민간에선 못 살겠다고 난린데 국민세금을 쓰는 정부는 살이 통통하게 찌게 되고 여당 지역구와 정부 관료들만 재미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책 실효성 논란=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는 데 대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특히 재정적자 규모와 사용처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최희갑(崔熙甲)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 지출의 1차적 목표는 경기 부양이며 특히 다른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큰 건설 산업에 집중될 때 효과도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SOC 투자 외에 나머지 부분의 경우 재정 지출의 목표를 감안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동철(曺東徹)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국내총생산(GDP)의 1%인 7조원을 넘는 재정적자는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나라 곳간 채울 稅收 감소도 부담▼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규모 재정확대정책은 국고 사정을 감안할 때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소지가 적지 않다.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재정건전성을 판단하려면 나라의 빚인 국가채무를 봐야 한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20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65조7000억원)보다 22.9%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이자 부담이 커져 국가 재정운용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지난해 23.0%에서 올해 말 26.1%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8.2%)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 변수’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 등을 감안하면 선진국과의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게 재정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정적자비율도 변수=올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함에 따라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을 합친 것)의 적자 비율은 0.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프랑스(4.1%) 미국(4.8%)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적자 비율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유로통화권 국가의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60%, 재정적자 비율은 3% 이내로 유지하는 것. 특히 프랑스 독일 등을 제외한 소규모 개방국가들은 재정적자 비율을 1% 이내로 유지하고 있다.

박형수(朴炯秀) 조세연구원 세수재정추계팀장은 “소규모 개방국가들이 좀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대외신인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소규모 개방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세수(稅收)는 구멍 숭숭=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세입예산 달성이 어렵다는 점도 재정지출 확대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올 들어 6월 말 현재 세수진도비율(세수 목표액 대비 징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포인트 낮은 데다 7월 말 끝난 부가가치세 신고 내용도 목표치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게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부담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재정지출에 따른 구체적인 영향을 알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중기 재정전망’과 ‘구조적 재정수지’ 자료 등을 내놓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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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완기자 cha@donga.com

▼외국 사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정책을 쓴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뉴딜정책이 꼽힌다.

1930년대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 등 대규모 토목공사에 정부 재정을 투입, 실업자 구제와 경기부양에 직접 나섰다. 뉴딜정책은 수백만명의 실업자를 구제하고 침체에 빠진 미국 경기를 회복시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성공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1992년부터 96년 상반기까지 장기간 재정팽창 정책을 추진했다. 96년 하반기부터 개선되던 경기가 97년 하반기에 다시 악화되자 일본 정부는 다시 대규모 재정지출을 실시했으나 경기를 살려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재정정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재정의 건전성만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이 양호한 국가에 속했으나 2002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잔액이 141.5%에 이를 정도로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일본의 재정정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사회간접자본(SOC) 중에서도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 재정을 투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재정정책을 쓰고 싶어도 유럽연합(EU) 협약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 EU 회원국들의 경우 ‘각국은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재정건전화 협약 때문에 경기부양용 재정정책을 쓰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2005년도 예산 요구’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 편성 규모는 일반회계 기준으로 130조2343억원(추산)이다. 여기에 당정협의 과정에서 당이 추가로 요구한 3조9909억원을 합치면 내년 예산(일반회계 기준)은 134조2252억원이 된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예산이 추가로 늘어난 곳은 건설교통부가 2조27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보건복지부 6067억원, 통일부 2130억원, 재정경제부 2100억원, 농림부 1200억원, 산업자원부 950억원, 문화관광부 833억원 순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당 공약으로 인한 추가 소요 사업에 1조7005억원이 더 늘어났다. 부처에서 요구한 9조9185억원을 감안하면 총 11조6190억원이 당 공약 실행을 위한 추가 소요 사업에 쓰이는 셈이다.

열린우리당은 또 부처별 계속추진 사업과 관련해 1조730억원을 추가했다. 또 부처별 신규사업 추가소요분으로 부처에서 요구한 8997억원 외에 별도로 당정협의과정에서 1조2179억원을 늘렸다.

열린우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내년에 예상되는 경기 하강상태를 감안하면 적자재정 편성이 불가피하다”면서 “공약사업뿐 아니라 연구개발(R&D)투자와 교육투자, 사회간접자본(SOC), 농어촌, 산업과 중소기업, 사회복지 사업 등에 골고루 재정을 배분해 경기를 진작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재정확대는 살림 거덜내는 선심성 정책=이한구(李漢久)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재정확대정책을 쓰면 한 해는 반짝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나랏빚 때문에 국민이 골탕을 먹게 된다”면서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습관적으로 재정확대정책을 쓰고 추경예산까지 한 해에 두 차례씩 편성하면서 나라 재정을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정확대 대상이 주로 건설 등 SOC 투자에 집중되면 선거공약 관련 선심정책에 투입될 뿐 아니라 지역별 갈라먹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 의장은 “경기불황으로 민간에선 못 살겠다고 난린데 국민세금을 쓰는 정부는 살이 통통하게 찌게 되고 여당 지역구와 정부 관료들만 재미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책 실효성 논란=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는 데 대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특히 재정적자 규모와 사용처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최희갑(崔熙甲)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 지출의 1차적 목표는 경기 부양이며 특히 다른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큰 건설 산업에 집중될 때 효과도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SOC 투자 외에 나머지 부분의 경우 재정 지출의 목표를 감안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동철(曺東徹)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국내총생산(GDP)의 1%인 7조원을 넘는 재정적자는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나라 곳간 채울 稅收 감소도 부담▼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규모 재정확대정책은 국고 사정을 감안할 때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소지가 적지 않다.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재정건전성을 판단하려면 나라의 빚인 국가채무를 봐야 한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20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65조7000억원)보다 22.9%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이자 부담이 커져 국가 재정운용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지난해 23.0%에서 올해 말 26.1%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8.2%)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 변수’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 등을 감안하면 선진국과의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게 재정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정적자비율도 변수=올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함에 따라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을 합친 것)의 적자 비율은 0.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프랑스(4.1%) 미국(4.8%)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적자 비율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유로통화권 국가의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60%, 재정적자 비율은 3% 이내로 유지하는 것. 특히 프랑스 독일 등을 제외한 소규모 개방국가들은 재정적자 비율을 1% 이내로 유지하고 있다.

박형수(朴炯秀) 조세연구원 세수재정추계팀장은 “소규모 개방국가들이 좀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대외신인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소규모 개방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세수(稅收)는 구멍 숭숭=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세입예산 달성이 어렵다는 점도 재정지출 확대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올 들어 6월 말 현재 세수진도비율(세수 목표액 대비 징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포인트 낮은 데다 7월 말 끝난 부가가치세 신고 내용도 목표치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게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부담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재정지출에 따른 구체적인 영향을 알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중기 재정전망’과 ‘구조적 재정수지’ 자료 등을 내놓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외국 사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정책을 쓴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뉴딜정책이 꼽힌다.

1930년대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 등 대규모 토목공사에 정부 재정을 투입, 실업자 구제와 경기부양에 직접 나섰다. 뉴딜정책은 수백만명의 실업자를 구제하고 침체에 빠진 미국 경기를 회복시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성공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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