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in패션]스트리트 패션 VS 뉴 명품족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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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서울 홍익대 앞의 옷가게 '더 쇼' 주인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귀여운 디자인의 의류와 소품들을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오)'구치'의 대표적인 가방 라인 '재키'는 최근 기본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색상, 가죽의 종류, 금속 장식등을 변형해 주는 최고급 맞춤형 제품도 판매한다.

(왼쪽)서울 홍익대 앞의 옷가게 '더 쇼' 주인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귀여운 디자인의 의류와 소품들을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오)'구치'의 대표적인 가방 라인 '재키'는 최근 기본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색상, 가죽의 종류, 금속 장식등을 변형해 주는 최고급 맞춤형 제품도 판매한다.

《‘남과 다른 나만의 옷차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얼굴을 붉힌다. 남들이 잘 모르는 작은 옷가게에서 5000원짜리 티셔츠를 사 입든, 5000만원짜리 악어가죽 가방을 맞춤식 주문으로 구입하든, ‘나만의 스타일’ 찾기라는 목표는 같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이 유행이 된 것. 그럼에도 유행은 계속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진다. 4월부터 ‘패션인 패션’을 집필해온 두 패션 컨설턴트가 이런 두 갈래 패션 흐름을 정리하며 연재를 끝낸다.》 편집자주

●스트리트 패션…나만의 멋을 입는다

몇 해 전만 해도 사람들의 옷차림은 몇 가지 공식의 범주를 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행 공식을 따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스타일을 대중 스스로 연출해 내고 있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직접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제작하기도 하고 시중에 나온 옷을 리폼해 입거나 흔치 않은 디자인을 찾아 헤매는 사람도 많다. 또 똑같은 아이템이라도 개성에 맞게 코디네이션해서 여러 스타일로 연출하기도 한다.

서울 홍익대 앞 거리에서 만난 김지훈씨(21) 트렌드는 따르지만 남들과 달라 보이기 위해 아버지의 옷장을 뒤지기도 한다.

멋쟁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홍익대 앞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패션 트렌드를 어느 정도 고려하기는 하지만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 옷차림에 대한 최대의 칭찬은 “딱 네 스타일이다”라는 말이다.

옷차림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문화적 취향이나 취미에 따라 매우 다르다. 과거의 패션 아이콘들, 좋아하는 클럽 뮤지션, 영화 속 주인공 등. 아버지나 어머니의 옷장을 뒤져 자기 스타일에 맞게 수선해 입기도 한다. 이들은 백화점보다 취향에 맞는 아이템만 모여 있는 작은 매장을 선호한다. 특히 다양한 빈티지 스타일을 만날 수 있는 서울 홍익대 앞은 ‘나만의 멋’을 찾는 젊은 층들이 붐빈다. 이들 매장은 뚜렷한 콘셉트를 표방하며 수입품이나 도매 시장에서 구입한 것들은 물론, 매장 주인이 직접 디자인한 것들도 갖추고 있다. 단골손님들이 마니아가 돼 자주 찾기 때문에 경기에 큰 타격을 받지도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멋대로’ 입는 옷차림을 보여준다면 거리 패션을 보기가 훨씬 재밌어질 것 같다. 옷차림이 성격과 취향, 직업 등 한 개인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를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우리 사회의 포용력 또한 커질 수 있지 않을까.

류민화 퍼스트뷰코리아 패션컨설턴트

●뉴 명품족…그래도 유행은 돈다

‘스트리트 패션’으로 나만의 멋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패션의 또 다른 축에는 ‘뉴 명품족’이 있다. 이들은 고가 맞춤 브랜드나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전통적인 브랜드를 찾는다.

이번 겨울을 겨냥한 패션쇼에서 '프라다'는 영국의 수제 넥타이 회사와 제휴해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익 있다. 더욱 고급화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이다.

‘명품족’이 늘어나면서 명품의 희소성이 위협받게 됐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이 크게 떨어진 것은 경기침체 영향뿐 아니라 희소성의 하락 때문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 부각된 것이 ‘맞춤 서비스’다. 이는 ‘남들과 다른 나’라는 자존심을 확실히 세워주는 수단이 됐다.

‘구치’는 핸드백과 구두를 중심으로 주문받아 만드는 수제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브랜드의 대표적인 가방 라인인 ‘재키’는 고객들이 37가지 색상, 6가지 가죽, 3가지 금속 장식 중 하나씩을 고를 수 있다. 전 세계에 300개만 한정 판매되며 제품에 고유 번호와 고객 이름의 이니셜이 새겨진다. 주문도 전 세계 16개 주요 매장에서만 받는다.

프라다는 2003년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영국의 수제 넥타이 회사 ‘홀리데이&브라운’과 제휴해 화려하고 독특한 넥타이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루이뷔통 코리아에서 ‘스페셜 오더’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 이 맞춤 서비스는 150여년의 브랜드 역사와 일치하지만 디자인을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는 특별주문 방식을 다시 부각함으로써 ‘당신만의 제품’을 가질 수 있다고 속삭인다. 120년 전통의 여행용품 브랜드 ‘고야드’처럼 소수의 VIP를 위해 대중화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최고급 취향의 고객들과 최고가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희소성을 추구하며 유행의 고리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또 다시 이들의 새로운 생산물을 추종하려 들 것이다. 이렇게 ‘쫓고 쫓기는’ 속에서 유행이라는 현상은 영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현주 퍼스트뷰코리아 패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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