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테마여행]어머니의 땅, 케냐

  • 입력 2003년 8월 21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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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암모셀리 국립공원에서 얼룩말 무리가 초원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다. 비가 온뒤 커다란 무지개가 떴다. 여행전문가들은 이 공원에서 보는 킬리만자로가 가장  멋있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케냐 암모셀리 국립공원에서 얼룩말 무리가 초원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다. 비가 온뒤 커다란 무지개가 떴다. 여행전문가들은 이 공원에서 보는 킬리만자로가 가장 멋있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멀리 떠나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돌아온다’는 의미를 지닌 사파리(safari). 대자연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사바나를 밤낮으로 달리는 사파리 여행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다. 사파리는 아프리카 탐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지프를 타고 동물을 쫓아다니다가 야영을 하며 쉬어가는 초기 형태의 사파리도 있지만 요즘에는 열기구를 타고 샴페인을 마시며 동물무리를 따라 움직이는 열기구 사파리와 최고급 기차를 타고 초원을 달리는 트레인 사파리, 그리고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스카이 사파리까지 종류가 다양해졌다. 이들은 이동수단만 다를 뿐 느릿느릿 흐르는 자연의 시간을 따라 야생동물의 생태를 체험하는 사파리 본래의 멋은 모두 그대로 살아있다.》

●사파리의 출발, 나이로비

사파리 관광의 핵심 코스는 탄자니아와 케냐이다. 야생동물은 탄자니아가 훨씬 다양하지만 관광객 수는 케냐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케냐는 일찌감치 자연 훼손을 막으면서 관광지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은 대부분 케냐의 나이로비로 들어와 아프리카 사파리를 시작한다.

지독한 건기가 오면 초식동물의 유골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사진제공 월드콤

케냐에서는 많은 국립공원들이 다양한 사파리 코스를 마련하고 있다. 케냐에서 가장 먼저 생긴 나이로비 국립공원의 면적은 117km². 돌아보는 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육식동물뿐 아니라 가젤,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도 볼 수 있다.

케냐나 탄자니아의 국립공원에 있는 동물 고아원(The Animal Orphanage)도 훌륭한 구경거리다. 길을 잃거나 어미를 잃은 야생동물, 밀렵꾼들에 의해 상처 입은 동물들을 보호하는 동물원이다.

야생동물이 가장 많은 국립공원으로는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을 꼽을 수 있다. 케냐 남서부의 빅토리아호와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 사이에 드넓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초식동물이 많아 케냐 최대의 사자 서식지이기도 하다. 사자 외에도 육식동물이 많아서 먹이사냥 장면을 보고자 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다.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은 열기구 사파리. 기구는 기온이 낮고 바람이 없는 이른 아침에만 뜬다. 기구가 떠다니는 고도는 40∼50m. 비행은 1시간 정도로 보호구역에 있는 몇 군데 로지에서 탈 수 있다. 동물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은 이른 아침과 석양 무렵이므로 운이 좋으면 먹이사냥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은 사고가 잦다는 것. 사망시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미리 써야한다. 그런데도 관광객들에게는 인기만점이다.

한편 헤밍웨이가 사냥을 즐기며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한 곳으로 유명한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도 사파리가 가능하다. 킬리만자로산 기슭의 북쪽에 펼쳐진 들판인데, 여행전문가들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킬리만자로가 가장 멋진 풍경이라고 평한다. 암보셀리에서는 케냐에 있는 대형 동물들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특히 건기에는 중앙 습지대로 모이는 동물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암보셀리는 원래 아프리카 최고의 스타군단, 마사이족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공원 밖에 띄엄띄엄 자리 잡은 마사이 마을에서는 자존심 세고 배타적인 마사이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요즘엔 시계를 차고 구두도 신은 ‘신식’ 마사이족도 늘고 있다. 또 그들이 걸치는 붉은색의 체크 옷과 창날도 외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동물백과를 펼쳐놓은 듯…

지프를 타고 달리는 사 파리 탐험은 언제나 여 행자들을 매료시킨다.

동물 관찰 사파리는 이동에만 하루 대부분이 소요되지만 실제로 동물을 관찰 할 수 있는 시간대는 새벽과 일몰 직전 두 차례뿐이다. 한낮에는 기온이 40도를 넘어 일부 초식동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들이 그늘에서 낮잠을 자기 때문.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것은 역시 사자나 치타 같은 육식동물이다. 가까이 다가갈 순 없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스릴은 현장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

다른 초식 동물들은 자동차를 친숙한 동료쯤으로 여기는지, 다가가도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 차량 출입이 잦은 탓인지 육식동물을 대할 때와 사뭇 다르다. 동물들은 태생적으로 그들만의 본능적인 레이더를 갖고 있는 듯하다.

전문가이드의 도움을 얻으면 육식동물의 사냥현장도 목격할 수 있다.

육식동물은 아니지만 여행자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동물은 수십만 마리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누’다. 소과의 일종인 누는 몸 전체가 거무튀튀하며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다. 5∼6월에는 세렝게티에서 마사이마라로, 11∼12월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이 시기를 맞추어 방문하면 박진감 넘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얼룩말과 버펄로도 자주 눈에 띄는 동물이다. 버펄로를 보려면 케냐산 북쪽, 나이로비에서 게이트까지 약 340km 떨어진 곳에 있는 삼부루 국립보호구역과 버펄로 스프링스 보호구역이 적당하다. 다른 지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레비 얼룩말, 아미메기린, 베이사오릭스, 게레누크 등이 많고 코끼리나 버펄로가 강에서 목욕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조이 애덤슨의 소설, ‘야생의 엘자’의 무대가 된 메루 국립공원도 초식동물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덤불이 워낙 높이 자라 낙타를 타고 밀렵꾼을 감시하는 순찰대의 이색적인 풍경도 스케치할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여행에서 사자나 치타, 코뿔소 같은 희귀 동물을 모두 만나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가장 무난한 방법은 가이드나 레이저를 고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국립공원(또는 보호구역)의 지리와 동물의 생태에 해박하다. 또 멀리서 어른거리는 물체의 빠른 움직임만 보고도 어떤 동물인지 알아차릴 정도로 동물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사바나를 달리다보면 인류학자인 크리스토퍼 스티링거가 한 말이 떠오르게 된다. “우리 인간은 한 꺼풀 벗기면 모두 아프리카인이다.”

▼눈 덮인 킬리만자로…표범은 잘 있을까 ▼

“킬리만자로는 높이 1만9170피트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최고봉이라고 한다. 서쪽 정상은 마사이어로 ‘누가이에 누가이(신의 집)’라 불리며 그 바로 옆에는 바짝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한 구 뒹굴고 있다. 그 표범이 그 높은 곳까지 무엇을 찾아왔는지 지금까지 아무도 설명한 자가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만큼 이 산을 알리는 데 기여한 사람은 없을 듯싶다.

대평원으로부터 수직으로 솟아 오른 눈 덮인 화산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의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외지인들에겐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킬리만자로가 환상 속의 신기루처럼 신비롭게 다가왔지만 현지인들의 가슴속에는 1960년대 아프리카 식민지 독립의 상징으로 새겨져있다. 주봉(主峰)인 키보의 우후루(독립이라는 뜻) 정상에는 탄자니아의 초대 대통령인 주리아스 K 니에레레가 주창한 독립의 메시지가 동판으로 새겨져 있다.

우후루 정상 킬리만자로는 스와힐리어로 ‘kilima’가 언덕, ‘njaro’가 빛난다는 뜻. 적도에 있으면서도 1년 내내 산 정상에 만년설을 이고 있을 만큼 대단한 높이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1848년 독일인 선교사 레프만이 서방세계에 이 산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렸다. 그 후 독일인 메이어가 최초로 등정에 성공했고 당시 독일 황제인 빌헬름 2세가 이 산이 아프리카 최고봉임을 알고 영국과 협상한 끝에 국경선을 바꾸었다.

영국령 동아프리카 식민지(지금의 케냐)에 포함돼 있던 킬리만자로 산이 독일령 동아프리카(지금의 탄자니아)에 들어가게 된 사연이다. 그 때문에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이 반듯하게 직선으로 나아가다 갑자기 킬리만자로 동쪽에서 복잡하게 휘어지게 됐다.

킬리만자로 산의 등산로 입구는 다섯 곳 정도인데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마랑구 루트이다. 킬리만자로 산 등반의 표준 소요시간은 전체 여정이 약 5일이다. 가이드가 동행하기는 하지만 모든 일정을 함께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마지막 키보 산장에서 정상까지 동반한다. 고산병 때문에 우후루 정상까지 가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이 산을 정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는 ‘뽈레뽈레’이다. ‘천천히’ ‘느긋하게’라는 뜻으로 탄자니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다. 우리말 ‘빨리빨리’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의미는 정반대인 셈이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필수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급한 곳에서는 신의 기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아프리카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킬리만자로는 높은 산이지만 전체적으로 그다지 가파르지 않다. 입구에서부터 1박은 밀림 같은 분위기의 만다라 산장, 2박은 호롬보 산장, 3박째는 키보 산장에서 묵게 되는데 이곳까지는 ‘코카콜라 루트’로 불린다. 그만큼 완만하고 쉬운 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뽈레뽈레’를 되뇌지 않으면 고산증에 걸리기 쉽다. 키보 산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4740m)에 위치해 있으며 여기서 정상까지가 가장 어려운 코스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정을 넘긴 한밤중에 출발한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으므로 오히려 두려움 없이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시작하면 극심한 자외선도 피할 수 있고, 또 정상에서 일출을 맞은 뒤 다시 산장으로 돌아와 안전하게 밤을 지낼 수 있다.

우후루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평생 잊을 수 없다. 눈 아래로 펼쳐지는 운해 너머로 붉은 태양이 천천히, 그러나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불쑥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푸른 빛으로 총총히 서 있는 얼음기둥과 하얀 대설원, 그 틈을 가득 메운 구름과 붉은 태양의 멋진 풍경은 하산할 때 갑자기 마주치는 초록색 사바나와 멋진 대비가 된다.

▼여행정보▼

1. 찾아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유럽의 대도시에서 케냐로 들어가는 운항편이 있는데 런던에서 나이로비까지 소요시간은 8시간35분 정도다. 인천에서 런던까지는 11시간55분.

2. 기타 정보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은 숙소를 잡거나 일정을 짜는 데 전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고 안전하다. 사파리 패키지는 셀라비 여행사(02-722-3003/www.clvtour.com), 아프리카 투어(02-775-3156/www.parasoltour.co.kr)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프리카 사파리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케냐와 탄자니아는 각각 여행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비자 요금은 케냐가 50달러, 탄자니아가 20달러다. 또 출발 일주일 전 황열병 예방접종을 해둘 필요가 있다. 예방접종은 국립인천공항 검역소 민원실(032-740-2703)에서 매주 월, 목요일에 실시하며 사전 예약(최소 출발 10일 전)이 필요하다.

케냐와 탄자니아에 관한 일반 관광정보는 케냐관광청(www.kenyaweb.com)과 탄자니아 관광청(www.tanzania-web.com)에서 찾을 수 있다.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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