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산책]열도에 부는 '겨울 연가' 열풍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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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한국 TV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도쿄(東京)에 근무하면서 일본 TV가 방영하는 한국 드라마에는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도 여간 인기가 높은 게 아닌 탓이다.

‘겨울 연가’가 그것이다. NHK 위성채널인 BS2가 4월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에 ‘겨울 소나타’란 이름으로 방영 중이다.

NHK 출판부는 시리즈 외화를 방송할 때 대개 원작을 번역해 출판한다. 통상 1만부 정도 팔리는 게 고작이지만 겨울 소나타는 상, 하권 합해 무려 25만부나 팔렸다. 방송사로 격려성 e메일 2500여건, 전화는 2000통이나 걸려 왔다.

NHK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주간정보지 ‘스테라’는 매주 특집으로 겨울 연가를 다루면서 판매부수가 20%나 늘었다. 다음달 중순 이후 시판될 DVD는 2만5000세트가 예약된 상태.

일본의 유명한 여행사인 ‘긴키(近幾)스리스트’는 겨울 연가의 촬영지를 찾아가는 관광 패키지상품을 내놓았다. 다음달 27일부터 3박4일간 두 주인공이 고교시절 데이트를 하는 남이섬, 함께 일을 하는 용평스키장, 데이트 장소인 춘천시내 명동거리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상품 개요를 발표하자 일주일 동안 200여통의 문의전화가 왔는데 주로 40, 50대였다. 이들은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돌아올 수 없는 젊은 날’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TV 드라마뿐 아니라 ‘보아’를 비롯한 가수의 노래,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한 영화, 육개장과 비빔밥 등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때다 싶어 한국에서 끼 있는 여자 중고교생을 데려와 ‘일본 시장용 상품’으로 키워내는 ‘기획 유학’을 주선하려는 회사까지 등장했다.

‘제2의 보아’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꿈이 나쁠 거야 없다. 하지만 일본 사회를 잘 아는 재일교포들은 “재능과 각고의 노력, 행운이란 3박자를 갖추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 일본”이라며 섣부른 환상을 경계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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