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연의 젊게 삽시다]느긋해야 오래산다

  • 입력 2003년 5월 22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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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오래 사는 사람들의 닮은꼴을 찾는 것이 장수 연구의 핵심이지만 결과를 보면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부 ‘100세인’들은 소식은커녕 맘껏 배불리 먹는 것을 좋아하고, 돼지고기 같은 고지방식을 즐기기도 한다. 또 운동은 멀리하고 술을 끊지 못해 노후까지 반주를 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 장수 유전자를 부모에게 물려받았지만 평균수명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는 장수가 어느 하나의 조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많은 조건 중에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성격이다.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알려진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은 두 가지 말을 잘 쓴다고 한다. 하나는 ‘느긋하게’라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의지를 갖고’라는 말이다.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산재한 장수촌이나 파키스탄 훈자,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등에 사는 장수 노인들도 이와 비슷한 뜻의 말들을 평상시 자주 쓴다고 한다.

낙천주의자가 오래 사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미국 노인의학연구소 레너드 푼 소장은 100세 이상 장수한 157명을 10년 동안 두세 달에 한번씩 인터뷰했다. 그들 중에는 애주가도 적지 않았고, 콜레스테롤이 많은 베이컨이나 돼지비계를 좋아하고 심지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었다. 단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낙천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다.

낙천적인 사고는 단순히 ‘마음을 편히 먹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에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며 적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실제 낙천주의자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상황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대처한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매사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비하한다. 연구에 따르면 낙천주의자들은 면역력이 뛰어나고 심장병이나 뇌중풍에 걸릴 확률도 떨어지며, 암을 극복하는 힘도 강하다. 평균수명을 넘어 장수를 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성격은 타고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꾸준히 노력하면 낙관적으로 바꿀 수 있다. 웃고 싶지 않을 때라도 웃는 표정을 지으면 실제 마음이 즐거워진다. 반대로 슬프거나 화내는 표정을 지으면 마음이 어두워진다. 이때 생리실험을 해보면 심장 박동수가 늘고 피부온도가 올라가는 흥분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에다 북핵 문제, 경제난까지 어두운 소식이 많다. 그러나 마음먹기에 따라 고통스러운 환경은 오히려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이무연 제롬 크로노스 원장·의사 mylee@GeromeKro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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