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리포트]삶에 지친 뉴요커 “센트럴 파크여 영원하라”

입력 2003-05-15 16:48수정 2009-10-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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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뉴욕시민들. 고층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금싸라기땅 맨해튼에서 센트럴파크는 뉴욕시민들의 허파 노릇을 하는 쉼터다.사진제공 와이어드뉴욕
‘뉴욕의 오아시스.’ 맨해튼 센트럴 파크는 잘 어울리는 별칭을 가졌다. 값비싼 땅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의 녹지대와 숲, 호수와 산책로는 뉴요커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공원 나이는 올해 150세. 의회에서 공원 허가가 내려진 7월19일이 생일이다. 센트럴 파크 보존위원회 레지나 페루기 회장은 “뉴요커와 마음의 뉴요커 모두를 올해 파티에 초대한다”고 150주년 기념 성명을 통해 말했다.

● 탄생

19세기초 인구 6만명이던 뉴욕시에 1830년대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1840년대엔 인구가 30만명으로, 1850년엔 50만명으로 불어났다. 도시는 북쪽으로 확대됐다. 마차 소음과 엉망인 위생시설에 시달리던 당시 뉴요커들은 목가적인 잔디밭 풍경을 그리워했다. 이들이 찾아간 곳은 공동묘지. 그러나 한두 번은 괜찮았지만 비석과 장의(葬儀)마차 행렬을 바라보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런던과 파리를 부러워하던 뉴욕의 부자 상인들과 지주들은 이렇게 외쳤다. “공원을 만들어라. 녹음이 우거진 길을 마차를 타고 다니는 일은 생각만 해도 상쾌하지 않은가. 뉴욕의 근로자들도 술집이나 기웃거리지 않고 건강에도 좋은 공원을 찾게 될 것이다.” 1844년 뉴욕 ‘이브닝 포스트’의 편집장 윌리엄 쿨렌 브라이언트는 미국의 도시계획가들에게 “급속한 개발로 땅이 모두 잠식당하기 전에 대규모 공원부지를 설정해 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주 의회가 공원 개설을 허가한 것은 150년 전인 1853년. 뉴욕시는 맨해튼 중심부 700에이커(88만평)의 땅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5 애비뉴와 8 애비뉴 사이, 59 스트리트와 106 스트리트 사이의 직사각형 땅이었다. 늪지대와 절벽, 돼지를 키우는 아일랜드 이민자들과 꽃을 가꾸는 독일 이민자들, 세네카 빌리지에 사는 흑인들, 세 개의 교회와 하나의 학교가 그곳에 있었다. 뉴욕시는 이 땅값으로 500만달러 이상을 냈다.

5년 후인 1858년 센트럴 파크 설계 공모에서 ‘잔디밭 계획’이 당선됐다. 설계자인 프레데릭 로 올름스테드와 캘버트 보는 영국의 전통적인 목가적 풍경을 맨해튼에 꾸며놓으려 했다. 공원부지는 돌밭이거나 습지, 진흙밭이어서 뉴저지에서 흙을 날라 메우기도 했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길은 공원 지표보다 2.4m 낮은 곳에 만들어져 마차 통행에 방해받지 않도록 했고 마차길 위를 지나는 다리의 접근로에는 계단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 해 12월 뉴요커들은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 성장

공원 완성까지는 20년이 넘게 걸렸다. 건축가와 관리자들간의 마찰로 설계자들은 몇 차례나 짐을 쌌다 풀었다. 그 이후 두 차례의 시련이 있었다. 1910년대엔 관심이 약해져 죽은 나무를 교체하는 정도의 관리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1934년 뉴욕 시장에 당선된 피오렐로 라과디아는 센트럴 파크를 강력히 지원했다. 라과디아 시장이 공원관리소장으로 임명한 로버트 모지스는 뉴딜 자금을 끌어오고 부자들의 기부를 받아 공원 내 시설물들을 늘려갔다.

모지스 소장이 1960년 자리를 떠난 직후 그가 가꾼 나무들은 죽어갔다. 여름 콘서트와 새해맞이 축제, 각종 시위로 센트럴 파크는 몸살을 앓았다. 후원자들이 공원을 보살피기 위해 나선 것은 1975년의 일이었고 이 같은 지원 덕에 센트럴 파크는 새 생명을 갖게 된다. 1998년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 시절, 뉴욕시와 민간기구인 센트럴 파크 보존위원회 등이 공원 관리를 위해 협약을 맺어 본격적인 민관협력이 가능해졌다. 1980년 세워진 보존위원회는 지금까지 약 3억달러를 모금해 이 돈으로 벤치를 새로 설치하고 조깅트랙을 손질한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는 두 사람이 센트럴 파크 내 보트하우스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센트럴 파크는 수많은 영화에 등장해 전 세계에 많은 팬을 두게 됐다.

● 생일맞이

공원 탄생 이후 최대의 축제가 이미 시작돼 연말까지 열린다. 여기엔 뉴욕의 모든 것이 동원된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링컨센터 재즈 오케스트라, 동영상 박물관, 뉴욕 필하모닉,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이 제각각 센트럴 파크에 줄 ‘생일선물’을 준비 중이다.

생일인 7월19일엔 새벽의 자전거경주에서부터 저녁에 잔디밭에서 열리는 전통방식의 콘서트까지 행사가 줄을 잇는다. 9월15일 뉴욕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빛의 쇼가 열린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 여사가 생일 축하행사 명예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홍권희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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