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피플]<21>한양대 양호일교수

입력 2003-04-24 17:39수정 2009-10-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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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일교수는 “골퍼가 갖춰야할 덕목은 동반자에 대한 배려”라고 강조한다. 안영식기자
양호일 교수(64·한양대 사범대학 응용미술학과).

그의 연구실은 아무리 둘러봐도 컴퓨터그래픽과 환경디자인 전문가의 방이 아니다. 온통 유화(油畵)로 가득 차 있다. 주제는 딱 한 가지. 바로 그가 인상적으로 라운드했던 국내외 골프장이다.

그의 골프사랑은 ‘골프광’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한 예로 그는 지난 20년간 밤 9시 TV뉴스를 본 적이 없단다. 강의를 마친 뒤 오후에 헬스클럽에 들러 체력단련과 샷을 가다듬고 나면 온몸이 나른해 뉴스 시작 전에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그의 ‘오전=학교, 오후=골프연습장’ 생활습관이 시작된 것은 20년 전. 교수골프모임에 나가 선배교수로부터 “그렇게 치려면 다음부터 나오지 말라”고 면박을 당한 후부터다. 오기가 발동한 양 교수는 ‘와신상담’ 복수의 칼날을 갈았고 불과 6개월 만에 용산 미8군골프장(파71)에서 첫 싱글스코어(78타)를 기록했다.

“그 선배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했죠. 원래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술을 즐기는데 그때 술은 물론 담배까지 끊었습니다. ‘화류계’를 떠났다고나 할까요.”

흔히 ‘지독한 구석이 없으면 싱글골퍼가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양 교수가 바로 그 케이스다. 하지만 그는 1년 만에 ‘스코어의 노예’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켰다.

“싱글스코어를 계속 유지하려니까 사람이 치사해지더라고요. 간혹 터치플레이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그래서 그는 내기골프는 스트로크가 아닌 스킨스게임만 한다.

그가 골프장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회화(繪(화,획))에 대한 ‘미련’때문. 부모님은 한 때 중학생 자유형 100m 최고기록을 보유했을 정도로 수영에 자질을 보였던 양 교수에게 “미술은 돈이 많이 드니 체육학교에 진학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응용미술을 하면 돈도 잘 번다”며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국내골프장을 거의 섭렵한 그는 골프장 그림 30점 가량을 더 그려 100점을 채우면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라운드 당시 추억은 사진보다 그림으로 더 생생하게 간직할 수 있죠. 가끔 친구들이 그림을 가져가는데 그 중 아까운 것은 다시 그립니다.”

그는 “열 번 라운드해도 매번 새롭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골프장이 있는 반면 무미건조한 코스도 있다”며 “클라이막스와 오르가즘은 골프장 설계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도박과 섹스 골프 중 골프의 열락(悅樂)이 으뜸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싱글골퍼들은 우쭐해서 권위주의적이 되기 쉽죠. 그렇게 되면 골프의 열락은 결코 즐길 수 없습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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