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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이야기가 있는 요리]감자 샌드위치

입력 2003-04-17 17:16업데이트 2009-10-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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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첫 주에 2004년을 위한 추동 컬렉션을 선보인 어느 디자이너의 무대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한다.

검은 장막이 드리워진 장내에는 노래 ‘글루미 선데이’가 흐른다. 나치 치하의 헝가리가 배경인 같은 이름의 영화가 떠올라 마음이 가라앉는 순간 첫 모델이 등장했다. 화려한 보석을 걸쳤으리라 기대했던 모델의 양팔에 보석은 보이지 않았다. 보석 치장 대신 양손으로 자전거를 한 대씩 끌고 나타난 모델의 모습은 수수함 그 자체였다.

수수한 가운데서도 역설적으로 돋보이는 여성스러운 실루엣이 재킷 팔꿈치에 덧댄 가죽, 전대처럼 허리에 둘러진 가방, 심플한 모직 모자 등에 더해져 허황하지 않은 미(美)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음악은 피아졸라의 곡인 ‘리베르 탱고’. 전후 대공황에 빠진 아르헨티나의 절망을 달래준 명곡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두 가지, 전쟁과 예술. 무대를 통해 뜻을 전하는 디자이너의 진지함이 한참 동안 남는다.

여름을 앞두고 발간되는 최근 호 여성지들에는 다이어트 기사가 주를 이룬다. 지구 한편에서는 물 한 모금으로 생사를 다투는데 고작 뱃살을 빼기 위한 절식 따위는 다소 어이없게 다가온다.

값이 싼 구황작물을 위주로 소박한 식단을 짜보자. 한 입 한 입을 고맙다고 느끼며 아껴 먹듯 식사를 한다면 요요현상 없는 다이어트는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궁핍한 시대마다 큰 힘이 돼주는 감자를 이용한다. 주먹만한 찐 감자 한 두개면 이미 배가 부르다. 뜨거울 때 으깨어 버터를 넣고 소금간을 하면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이 먹기에 좋다. 으깬 찐 감자를 마요네즈와 섞어서 다진 파슬리나 토마토 등과 함께 식빵 사이에 발라주면 3000∼4000원에 가능한 피크닉 메뉴가 된다.

옥수수나 메밀은 가루로 내어두면 쓸모가 많다. 물에 잘 개서 부쳐내 팬케이크나 전병처럼 먹을 수도 있고, 밀가루와 섞어 만든 반죽을 떼어 수제비를 끓여도 좋다. 역시 싸고 배부른 메뉴들이다.

호강하는 기분으로 닭 한 마리 잡아볼까. 감자, 옥수수에 비하면 ‘호강’하는 재료이긴 하지만 닭 한마리 잡아 그 자리에서 다 먹어버리면 소박한 식단을 짜보겠다는 취지와는 어긋난다. 그런 의미에서 팔팔 끓여 뽀얗게 익힌 닭을 살코기만 취해 장조림을 만들어 본다. 짭짜름하게 장조림 해두면 한번에 조금씩밖에는 먹지 못하니까.

계란이라도 몇 알 함께 넣으면 든든하다. 살을 쪽 발라낸 닭뼈는 다시 끓여내어 육수를 만든다. 밥 한 공기 분량의 쌀을 넣어 잘 퍼지도록 죽을 쑤면 나눠 먹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이파리와 줄기를 통째로 와삭 씹는 돌나물을 한 줌씩 밥에 얹고 고추장으로 썩썩 비벼 먹거나 갓 구워낸 맨 김에 밥 한술 싸서 간장을 찍어 먹는 등 값싸고 맛이 정직한 끼니는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다.

남은 밥과 김치 뿌리 부분은 모아 뒀다 다음 식사 때 볶아 먹고, 딱딱하게 말라버린 빵은 따끈하게 데워서 설탕을 조금 녹인 우유에 적셔 먹는다. 반 토막씩 남기가 일쑤인 당근이나 양파를 비롯한 야채들은 모두 깍둑썰기해 야채수프를 만들고, 우려낸 녹차 티백은 찬물에 적셔 세안에 이용하는 등 버려지는 식재료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갑자기 가난해진 밥상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전쟁은 모성도 인성도 유지하기 힘들게 인간을 코너로 몰아간다. 딸아이가 먹고 있는 감자를 빼앗아 한입에 먹어치우며 울어버리는 엄마의 굶주림이 전쟁인 것이다. 가난한 밥상과 물 한잔의 단맛으로 당분간 지내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 감자 샌드위치

감자 300g, 마요네즈 3큰술, 식초 1/2큰술, 설탕 1/3큰술,

양파 60g, 파슬리 약간, 토마토 100g, 식빵, 버터

①감자는 푹 익혀서 완전히 으깬 뒤 마요네즈, 식초,

설탕과 섞는다.

②아주 잘게 다진 양파와 손톱 크기로 썬 토마토, 다진 파슬리를

①에 섞는다.

③식빵의 한 면에는 버터를 바르고 다른 한 면에 ②를 바른다.

④케첩이나 케첩+머스터드를 곁들인다.

● 야채 수프

양파, 감자, 당근, 토마토 샐러리 등 각종 야채 300g,

맑은 육수 1컵, 생수 2컵, 소금, 후추, 대파,파슬리

(또는 기타 허브), 토마토 페이스트 2큰술, 올리브유 또는 버터

①야채는 모두 같은 크기로 깍둑썰기 한다.

박재은

②팬에 기름 또는 버터를 달궈 ①의 야채를 볶다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볶는다.

③②의 수분이 증발하면 육수, 생수를 붓고 대파와 파슬리를 넣어 끓인다.

④③의 야채들이 푹 무르도록 익으면 소금, 후추로 간한다.

박재은 파티플래너·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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