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연의 젊게 삽시다]빈 둥지 증후군

  • 입력 2003년 4월 3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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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통, 가슴 답답함, 손발 저림, 원인 모를 피곤함을 느낀다.

2.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밤에 식은땀을 흘린다.

3. 가슴이 자주 두근거린다.

4. 질 주위가 건조해 부부관계 시 통증을 심하게 느낀다.

5. 감정 기복이 심해 더 신경질적으로 된다.

6.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하다.

위 항목 중 4개 이상이 자신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분명 갱년기 증상을 앓고 있다. 여성 갱년기는 폐경 이후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신체 내외부에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로 보통 45∼50세에 시작된다. 가랑비에 속옷 젖듯 찾아오는 갱년기 증상은 안면홍조, 발한, 불면증, 기억력 감퇴, 성욕 저하, 골다공증, 요실금, 우울증 등 다양하다.

필자의 클리닉을 찾은 50대 여성이 털어놓는 사연을 들어보자. 30여년 믿었던 남편은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났고 자녀들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엄마에 무관심하다. 변변한 친구 하나 만들지 못한 채 남은 것은 노쇠해가는 몸과 우울한 마음뿐. 이런 상황을 빈 둥지에 남겨진 어미새 같다고 해서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갱년기를 노화려니 하고 그저 지나가기만 바라지 말고 한번 이겨내 보자.

첫째, 병원에 가서 갱년기 치료법을 찾아보자. 호르몬 치료도 권장하고 싶다. “호르몬 대체요법이 유방암과 뇌중풍 위험을 높인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발표로 호르몬 대체요법의 효과에 의문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호르몬 대체요법을 겁낼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이 이 요법을 권하는 이유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의의 사려 깊은 처방 아래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면 큰 문제는 없다.

둘째, 유방암 자궁암 골다공증 등 각종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자. 자기 몸을 아끼는 데 유난히 서툰 한국 주부들은 초기에 발견했으면 완치될 수 있는 부인과 질환들을 많이 놓친다.

셋째, 체중 조절을 하자. “곧 할머니가 될텐데 웬 다이어트”냐며 소홀히 하는 것은 여자이기를 포기했음을 뜻한다. 허리와 둔부에 넘쳐나는 살들은 자기관리에 소홀했다는 지표다.

넷째, 하루 한 잔 콩우유를 마시자. 콩에는 여성 호르몬과 같은 이소플라본이 함유돼 콩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갱년기 현상이 눈에 띄게 준다고 한다. 콩 단백질은 유방암 발병 위험을 줄이며 콩의 사포닌 성분은 체지방 축적을 줄여 비만체질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병은 널리 소문을 내라고 했다. 외부에 알려질수록 여러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부가 같이 등산을 하는 등 공통의 취미를 가져 빈 둥지를 남편과 함께 채워보자. 갱년기는 상실이 아닌 남은 인생을 새롭게 꾸밀 수 있는 시작이다.

이무연 제롬 크로노스 원장·의사 mylee@GeromeKro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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