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세계]미술품 경매사 김성한씨

  • 입력 2003년 3월 16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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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사 김성한씨가 고미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미술품 경매사 김성한씨가 고미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나이 오십은 미술품 경매를 하기에 가장 적당합니다. 너무 젊으면 신뢰감이 떨어지고 너무 나이가 많으면 순발력과 판단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거든요. 한두 시간 무대에 서기 위해 부단히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신뢰, 순발력과 판단력, 실력. 미술품 경매사인 김성한씨(50)가 꼽은 직업적 덕목이다.

근본이 되는 것은 신뢰. 짧은 시간에 많게는 몇 억원이 오가는 미술품 경매의 특성 때문에 미술품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경매하는 사람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넥타이를 매지 않는 편이지만 경매를 하는 날 만큼은 검은색 양복과 넥타이를 맨다. 그리고 많이 말하기보다 조금씩 또박또박 말하려 애쓴다.

순발력과 판단력. 치열한 경쟁 끝에 오직 한 사람만이 번호표를 들었다. 시간을 더 줄까 아니면 빨리 낙찰을 선언할까. 고객의 반응이 무디다. 어떻게든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이 모든 판단이 순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뢰도 순발력도 나오지 않습니다. 경매장에는 프로들이 모입니다. 새롭고 현실적이고 흥미 있는 정보를 전달해야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김씨는 1977년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경기대 고미술감정학과 석사가 된 뒤 한양여대에서 도예사(史)와 공예론을 가르치는 전문가.

경매를 앞두고는 팔릴 물건의 가치와 역사, 평가액 등을 파악하기 위해 부지런히 전문가들을 찾아다닌다. 미술품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장도 자주 방문한다.

“경매가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200명의 관중은 전혀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나 혼자 떠들어야 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전문가여야 하고 뭔가를 보고 읽을 수도 없습니다.”

실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서 경매를 시작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 우선 고객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한번 작품에 마음을 두면 좀처럼 포기하지 못하는 심리 때문에 낙찰가는 실제 가격보다 높아지는 것이 보통.

김씨는 “고객들이 감정에 치우쳐 값이 턱없이 뛰면 냉정을 되찾을 시간을 주는 것이 경매사의 윤리”라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20여년을 주택은행 홍보실에서 근무하다 98년 퇴직, 2001년 ㈜한국미술품 경매에서 경매사 일을 시작했다.프랑스 등에서는 미술품 경매사가 공인을 받는 유망 직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김씨는 “거실에 걸어둘 작은 미술품을 사려고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새 얼굴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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