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의농구에세이]꼴찌들의 반란

  • 입력 2003년 3월 10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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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정규리그가 동양 오리온즈의 2연패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 특이한 점은 지난해 6강에 탈락했던 4개팀이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새로 6강에 이름을 올린 코리아텐더, 삼성, TG, 모비스를 살펴보자.

먼저 코리아텐더. 시즌 후반 연패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시즌 돌풍의 주역이었다.

토종 선수들의 이기려는 정신력. 프로 세계에서도 아직 헝그리 정신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우승, 준우승을 해서 보너스를 많이 타기에 앞서 더 좋은 조건으로 새로운 구단에 팔려가기 위해서 이들은 이겨야 했다.

TG는 2년 전인 2000∼2001 시즌 ‘올인’을 선언했다. 그 해 드래프트에 나온 ‘거물 신인’ 김주성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건 것이다. 시즌 초 허재의 부상 등으로 전력이 약화되자 마음 편히 6강 탈락의 길을 택하고 1순위 선수를 뽑기 위한 카드를 숨죽여 기다렸다.

은행알로 가리는 1번 지명권은 그들에게 돌아갔다. 그 때 환호하던 그들의 모습은 우승 헹가래와 다를바 없어 보였다.

올 시즌 정기리그 3위라는 성적을 놓고 보면 그들의 도박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TG 전창진 감독의 포커 실력은 농구계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개막 전 우승 가능팀으로 분류됐던 삼성은 어찌보면 6강 탈락을 했던 지난해보다 더 힘든 시즌을 보냈다.

‘서장훈 합류=우승’ 이라는 예상 등식과는 달리 삼성은 그의 영입으로 또 많은 것을 잃었다.

외곽 슈터의 부재는 수비가 그에게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래도 단기전에서 삼성은 여전한 강자.

지난해 6강에서 탈락했던 모비스는 최희암 감독 영입 이후 대규모 선수 트레이드 등으로

팀의 면모를 새롭게 했던 한해였다. 농구 전문가들은 최감독의 여러 능력 중에 선수 보는 눈을 높이 사는 일이 많다. 전형수의 영입, 에드워즈에 대한 높은 평가, 우지원의 승부수 등.

그런 그지만 데뷔 첫해 나름대로 호된 신고식을 치룬 것 같다. 시즌 막판 그의 입가가 터진 모습을 보고 역시 프로 농구 감독이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방송인·hansunky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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