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피플]<18>서양화가 박철홍씨

입력 2003-03-06 17:39수정 2009-10-1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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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기자
“딱”하고 경쾌한 타구음을 낸 공은 힘차게 날아가 200m 그물 상단에 가서 꽂혔다.

장애에 대한 편견마저도 시원스럽게 날려 버리려는 듯 그의 스윙은 거침이 없었다.

6일 경기 인천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서양화가 박철홍씨(46·사진). 그의 오른쪽 팔은 왼쪽보다 5㎝가 짧다. 19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오른쪽 팔목이 분쇄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뼈가 으깨져 오른손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태권도 선수로 뛰며 운동을 즐겼던 그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자포자기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1년 동안 입원하며 3차례 수술을 받는 힘겨운 투병 생활 속에서 그는 왼손으로 끊임없이 초상화를 그렸다. “처음에는 무척 힘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더군요.”

3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박철홍씨가 골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3년. 연습장을 운영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그 자리에서 우연히 공 두 박스를 쳤던 게 시작이었다. “불편한 팔이 조금 나을까 싶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데도 도움이 될 듯 싶었습니다.”

골프 입문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비장애인과 달리 왼팔 위주의 스윙을 해야 했고 그립을 잡을 때도 오른손은 그저 클럽에 대는 정도여서 힘을 줄 수 없었던 탓. 양팔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팔로스루도 어색하기만 했다. 남들과 똑같이 연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른 새벽에 하루 500개 이상의 공을 때렸다. 레슨도 없이 독학으로 비디오 테이프와 TV를 보며 골프를 익혔다. 오른쪽 팔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클럽에 납 테이프를 붙여 효과를 봤다. “몸이 빨리 열려야 임팩트를 할 수 있습니다. 팔이 불편해 조금만 스윙이 틀어져도 심한 미스샷이 나므로 늘 연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스윙을 만든 끝에 불과 3개월만에 홀인원을 맛보더니 싱글 골퍼에 진입하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베스트스코어는 1996년 관악CC(현 리베라CC)에서 기록한 78타. 97년에는 3급 골프 지도자 자격증까지 따냈다.

백화점 문화센터 두 군데에서 미술강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11월 개인전을 열기 위해 작품 활동에 매달리면서도 짬짬이 클럽을 잡고 있다.

“골프를 하면서 새로운 삶의 의욕을 찾았습니다. 앞으로 그림도 그리며 골프와 관련된 일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박철홍씨에게 골프는 장애를 극복하게 만든 희망이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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