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의 미술과 시장]<19>밀레와 고흐의 그림값

입력 2003-01-12 17:35수정 2009-10-1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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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줍기’와 ‘저녁종’으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푸근하게 다가오는 서양화가인 밀레(1814∼1875·프랑스)의 작품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밀레를 존경했고 또 그 영향을 많이 받은 화가로 알려진 고흐가 밀레의 작품을 베껴 그린 ‘첫 발자국’ ‘낮잠’ ‘씨 뿌리는 사람’ 등이 밀레의 작품과 나란히 걸려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렇다면 이 두 거장의 작품 값은 그들이 살아있던 당시에는 얼마나 했으며 지금은 또 얼마쯤 할까?

밀레 역시 많은 천재화가들처럼 생애의 대부분을 극심한 빈곤과 병마 속에서 보내야 했지만 말년에 이르러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는 등 명성을 구축하면서 그의 그림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밀레를 포함한 바르비종파의 작품을 값이 오르기 전에 선점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화상 뒤랑뤼엘이 밀레의 말년에 그의 그림 한점을 4만프랑에 팔았다고 하니 당시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인 르누아르나 모네의 그림이 200∼300프랑에 불과했던 점에 비추어보면 얼마나 고가였는지 알 수가 있다.

1889년 고흐가 죽기 전 해에 동생한테 보낸 편지에 “어제 밀레의 ‘안젤루스’가 50만프랑에 팔렸지만 그 이유만으로 밀레가 그 그림을 그리며 생각했던 것을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느낄 수 있겠느냐?”라고 한 것을 보면 고흐가 밀레를 얼마나 부러워했을지 짐작이 간다.

1890년 2월 고흐가 죽기 5개월 전 ‘붉은 포도 밭’이 400프랑에 팔렸다. 그로부터 7년후 1897년에 ‘의사 가쉐의 초상’이 300프랑에 팔렸다. 당시에는 밀레 작품 한 점 값이면 데생까지 다 합쳐 봐야 1000점이 채 안 되는 고흐의 전 작품을 사고도 한참 남았다.

그러면 요즘 사정은 어떨까? 고흐의 ‘의사 가쉐의 초상’이 1990년에 8250만달러에 팔림으로써 경매 사상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밀레의 작품은 1995년에 소더비에서 거래된 ‘이삭줍기’(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이삭줍기’가 아닌 다른 작품)가 341만달러로 밀레 작품 중 현재까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작품의 가치를 말해주는 지표는 단 하나뿐이다. 작품이 거래되는 현장이 바로 그것이다’라는 르누아르의 말로부터 ‘작품가격=작품성’이라는 등식을 유추해 낸다면 지난 100년 동안의 밀레와 고흐의 위치 바뀜은 세월 따라 변하는 인간의 취향(미의식)으로 돌려야 할까?

서울옥션 대표이사 soonung@seoulau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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