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산책][영화]조헌주/한국영화 ‘선물’에 日열도 눈물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8시 25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이상하지.”

격렬하기보다는 따뜻한 사랑,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 영원한 이별을 주제로 한 한국 영화 ‘선물’의 시사회에 참석한 50대 일본인 여성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며 자리를 떴다.

27일 저녁 도쿄에서는 골수기증운동을 돕는 자선행사를 겸해 한국영화 특별시사회가 주일 한국문화원 주최로 열렸다. 상영된 영화는 지난해 3월 한국에서 개봉돼 100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던 이영애, 이정재 주연의 ‘선물’. 도쿄 극장가에서 ‘마지막 선물(Last Present)’이란 타이틀로 12월 7일 개봉되기에 앞서 마련된 자리였다.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친구’ 등을 통해 일어난 일본에서의 한국 영화 붐은 시사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본팬들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골수이식추진재단의 다카구 후미마로(高久史磨) 이사장은 영화 상영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4년 전 처음 한일간 골수이식이 시작된 이래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기증한 사례가 59건,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도움을 준 경우가 11건 있었다”며 양국민이 서로의 생명을 구한 한일 교류의 또 다른 면을 소개했다.

오기환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서 춥고 힘들고 위로받아 마땅한 사람이 주위에 있는지 한번쯤 더 돌아볼 수 있다면 감독으로서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따스한 정이 더욱 그리워지는 겨울이라서였을까. 20대 커플부터 30대 여성, 60대 남성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은 눈자위가 벌게진 채 시사회장을 나섰다. 기자도 여러 번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한 일본인 극작가는 “흘려도 기분 좋은 눈물을 실컷 맛보게 해준 영화였다”고 평했다.

오 감독의 바람처럼 눈물에는 국적이 없었다. 영화 ‘선물’의 시사회장은 양 국민의 우호가 어떻게 깊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였다.

조헌주 도쿄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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