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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 그사람]‘트래드클럽’ 창립 문병국 前사장

입력 2002-10-20 18:27업데이트 2009-09-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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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애란 '웰콤'대표
광고일 덕분에 참 많은 사장님들을 만나뵙곤 한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이 있어서 일뿐 아니라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배움도 얻는다. 그중 한 분이 ‘트래드클럽’을 만들어 키워왔던 문병국 사장이다. 그분은 한국에서도 문화가 있는 남자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트래드클럽’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막 사 입어도 1년 된 듯한 옷, 10년을 입어도 1년 된 듯한 옷’이라는 광고카피가 더 유명한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그분에게서 넥타이에서부터 양말, 셔츠, 캐주얼, 정장 등 남자 옷과 그 주변 문화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 영국에 직접 가서 트래디셔널한 소품을 사와 매장을 꾸미기도 하고, 일본 남성복에 대한 책들을 사다가 읽게 해주기도 했다. 그 사장님의 사무실은 매장 5층에 있었는데, 수시로 매장에 내려와 손님들의 옷을 코디해주거나 그 문화를 알려 주는 것을 무엇보다도 기뻐했다. 본인은 은퇴하면 매장의 종업원이 되어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머리가 허연 종업원이 골라주는 옷….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그러던 어느 날 그분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던 모 기업에서 소수를 위한 패션이 아닌 대기업의 대중 브랜드로 바꾸고자 사장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분의 사무실. 낡은 가죽 깔판이 깔려있던 오크나무 책장, 수많은 남성복과 관련된 책들, 목제 축음기 등. 그분의 삶이 배어나는 그 방을 서성이면서 종업원으로 자신의 꿈을 마무리하고 싶다던 그의 말씀이 생각나 울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 아셈회의에 가는데 옷 코디에 대해 걱정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추천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김 대통령이 아셈 참여 대통령 중에서 가장 옷을 잘 입은 ‘베스트드레서’로 뽑혔다. 덕분에 청와대에 같이 초대되어 국수를 먹기도 했다. 이러한 분이 자신의 값진 커리어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지금도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남자들을 볼 때면 문 사장님이 생각난다. 몇 마디 조언만 들어도 확 바뀔텐데 하며….

문애란 광고기획사 '웰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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