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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이야기가 있는 요리]코스 요리

입력 2002-10-17 17:21업데이트 2009-09-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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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다이브와 버섯으로 구성된 전채,찰밥 위에 양념 로스구이를 얹은 메인,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계절과일 자두를 곁들인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코스요리(아래부터).-신석교기자-
코스(course)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진행, 순서, 과정 등의 뜻이 나온다. 한단계 한단계 지내야만 하는 시간적인 의미를 풍긴다. 따져보면 ‘in the course of life’라는 영어식 표현처럼 먹고 자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나름의 코스를 따른다. 연애를 한다 치자. 남녀가 만난다. 서먹한 가운데 프레시한 기운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초반 코스를 지난다. 친밀도가 높아지며 코스의 중반부에 이르면 열기는 뜨겁다. 둘 사이의 가장 좋은 기억들이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러 기억들 끝에 맞게 되는 후반 코스도 그러나 만만치 않게 중요한 순서다. 후반 코스의 매력 정도에 따라 다시 다음 코스로 넘어가느냐, 수료증 받고 코스를 정리하느냐의 관건이 되기 때문.

코스요리도 마찬가지다. 담배에, 공해에, 커피에 찌든 나의 감각들과 맛난 식사가 처음 만난 순간에는 서먹서먹할 수밖에. 첫 코스의 요리로 입 안의 긴장을 풀어준다. 더 거한 요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서히 혀와 목구멍을 매끄럽게 만든다. 본 식사에 다다르면 요리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탄탄한 맛의 세계가 펼쳐진다. 포만감과 함께 몸을 채우는 온기는 절정에 이르고. 식탁 위 코스에서도 역시 후반부의 마무리가 중요하다. 이미 부른 배를 안고도 여전히 맛보고픈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하는 임무를 띤다. 그렇게 맛본 한 입에 다음 식사를 또 기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

●애피타이저:전식

사실 애피타이저가 상에 나오기 전 한 코스가 더 만들어지기도 한다. 프랑스식으로는 ‘아뮤즈 뷔셰’, 일식으로는 ‘오토시’, 그리고 미국식으로는 ‘카나페’라 불리는 한입거리들이 바로 그것. 서양식사라면 오이에 말아내는 연어 무스라든가 토마토즙을 채운 메추리알 등 주로 상큼한 맛들로 구성하여 입맛을 돋운다. 일본의 경우, 크고 작은 어느 식당을 들어가나 ‘에다마메’라 불리는 쪄낸 껍질콩이나 가볍게 조미된 야채 등의 한입거리들이 정성스레 제공된다. 전채 전에 내오는 작은 먹을거리들은 식사를 도우려는 세련된 배려와 한차원 높은 문화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공식적인 첫 코스인 전채요리가 상에 나오면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된다. 전채요리의 관건은 언뜻언뜻 매력만 비춰주어 호기심과 감각을 자극하되 지나치게 부담스러우면 안된다는 것. ‘와, 전채 요리가 이 정도로 매력적이면 메인요리는 얼마나 맛있을까?’하는 기대감을 안겨 주어야 하므로 요리자의 입장에서는 창의력을 한껏 앞세워야 하는 단계. 오늘의 전채는 아삭 쌉쌀한 양채류인 엔다이브 위에 볶은 버섯과 생강절임, 굴과 초장소스를 흘렸다.

●메인:본식

전채요리로 열어놓은 감각기관은 메인 요리의 조금은 부담스럽고 기름진 맛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춘다. 정찬의 경우, 전채와 메인 요리 사이에 속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수프류가 나오기도 하는데, 우리식의 ‘국’에 해당하는 수프류는 상에 머무는 대신 잠깐 등장하고는 빠져버린다. 계속해서 나오는 음식 중 국물이 거의 없는 서양식단의 특성상 먹는 이의 입장에서는 목이 마르기 마련이고, 우리가 목마르면 국 한 입 떠넣듯이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식사 틈틈이 와인을 마셔가며 식사를 도와 와인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 틈틈이 마셔대는 와인으로 전채 요리의 잔 맛을 씻어낸 후 메인 요리를 들여다 보자. 부담스럽지 않기 위해 야채 위주의 구성에 해물 정도만 양념으로 넣었던 전채에 비해서 본요리는 육류나 어류를 주연으로, 포만감 주는 탄수화물, 예컨대 쌀이나 면 또는 통감자를 조연 삼아 메뉴를 구성하게 된다. 여기에 곁들여지는 야채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무게감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오늘 식사의 메인요리는 굴즙에 지은 찰밥을 깔고 그 위에는 매콤하게 볶은 피망과 토마토를, 맨 위에는 갈비 양념에 재워 구운 로스를 겹겹이 쌓아서 수삼과 꿀에 절인 배로 화려한 마무리를 해주는 요리다. 화려한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친근한 맛들의 조합이다.

●디저트:후식

한번의 만남이 제2, 제3의 데이트로 이어지느냐의 키포인트는 마지막 마무리에 있다. 친해진듯 하다가도 새롭게, 편해진듯 하다가도 긴장되게 헤어져야 다음 만남에 대한 바람이 생겨나는 법이니…. 가족간의 가정식 식단이든,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거한 정찬이든 상관 없이 얼마나 깔끔하고도 달콤하게 마무리 짓는 후식을 내놓느냐는 어려운 문제다. 이럴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통상 과일인 듯한데, 특히 단맛을 자주 즐기지 않는 동양식단의 경우, 당도가 적당한 과일 한두조각으로 입안을 정리해 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조금 더 멋을 부려 본다면 아이스크림 한두스쿱을 접시에 담고 제철 과일(오늘은 가을 자두를 이용했다)을 썰어 곁들인다. 서양식 메뉴로 저녁 내내 대접했다면 당도있는 와인으로, 동양식이라면 달달한 민속주 한잔으로 마무리짓는 것도 세련된 방법이 되겠다.

서양식 와인 리스트를 구경하다 보면 ‘식전주’와 ‘식후주’라는 생소한 단어가 보인다. 말 그대로 식사 전에 마신다는 식전주는 원어로 아페리티프(Aperitif)라 불리며 ‘열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반대로 식후주의 원어는 디제스티프(Digestif)라 발음하며 ‘소화시키다’의 의미. 이 밤의 식탁을 열고, 나의 무뎌진 감각을 열어주는 식전주 한잔에 시작하는 코스메뉴는 ‘닫다’의 의미가 아닌 식후주 한 잔으로 소화만 시킨 채 계속되는 것이다. 섣불리 닫아버리지 않고 여운을 남긴 채 이 밤은 계속된다.

박재은

●전채

엔다이브 10장, 느타리 또는 표고버섯 100g,팽이버섯 50g, 생강 절임 약간, 소금, 후추,

버터 35g, 굴 100g, 초장 1 큰술,

꿀 1 작은술, 깨

1. 버섯은 버터에 볶아서 숨을 죽이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2. 초장은 꿀과 섞어둔다.

3. 접시에 엔다이브를 올리고 번갈아가며

버섯볶음과 굴을 교대로 올린다.

4. 버섯 위에는 생강을, 굴 위에는

초장소스를 올린다.

●메인

찹쌀 2컵, 굴즙 1/3컵, 생수, 토마토 1개,

피망 1개, 고추기름 약간, 소금, 후추,

로스고기 30여장, 양념(설탕 1큰술,

과일시럽 1큰술, 간장 4큰술,

화이트와인 2큰술, 양파즙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후추, 깨소금, 참기름, 땅콩 다진것 1/2큰술), 배 1개, 수삼 반뿌리,꿀 1컵

1. 불린 찹쌀은 굴즙과 생수로 밥물을 잡아

밥을 짓는다.

2. 양념 재료를 모두 섞고 로스를 재워둔다.

3. 배는 한입 크기로 다듬어 꿀과 얇게 썬

수삼에 졸인다.

4. 피망과 토마토를 채썰어서 고추기름에

슬쩍 볶다가 소금, 후추로 간한다.

5. 접시에 밥을 깔고 그 위에 야채,

그 위에 바짝 구운 고기를 얹은 뒤 배를

둘러 마무리.

●후식

바닐라 아이스크림 1컵, 가을자두 2개,

유자청 4큰술

1. 접시에 향이 좋은 유자청을 두른다.

2. 아이스크림을 양껏 떠 얹은 후 잘게 썬

자두를 둘러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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