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의 미술과 시장]<14>컬렉터 단체

입력 2002-10-13 17:28수정 2009-09-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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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림을 열렬히 사랑하고 수집하는 50여명의 국내 미술 동호인이 모여 ‘컬렉터 단체’를 결성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정기적으로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젊고 유망한 작가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할 계획이라고 하니 침체된 미술시장에 몰고 올 바람이 기대된다. 그동안 남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며 조심스럽게 그림을 사야 했던 한국 미술시장 풍토에서 컬렉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컬렉터들이 공개적인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현대 미술시장에서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컬렉터 단체의 효시는 1904년 프랑스의 사업가 앙드레 르벨을 중심으로 13명의 애호가가 결성한 ‘곰가죽(라 퐁텐느의 우화 ‘곰과 두친구’에서 따온 이름)’으로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1914년 3월2일은 서양미술사에서 역사적인 성공의 날로 기록된다. 그날 파리의 드루오 경매장에서 애호가 단체 ‘곰가죽’이 10년간 수집한 소장품 경매가 엄청난 수익을 남기면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화랑이나 수집가들은 물론이고 작가 평론가 큐레이터 등도 모두 경매 결과에 열광했다. 초현실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시인이면서 피카소의 절친한 친구에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던 기욤 아폴리네르는 이날 경매가 평론이 해주지 못한 것을 대신했다고 평가했다. 즉 대중들이 이제서야 아방가르드 작품에 눈을 떴다는 것이다.

이날 경매에는 피카소의 장미시대의 대표작 ‘곡예사 가족(1905)’을 비롯해 고흐, 고갱, 마티스 등 20세기 초반의 주옥같은 작품 145점이 나와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소위 ‘아방가르드 미술’의 상업적 성공의 서막을 열었으며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는데 성공했다. 소장품 판매로 이득을 얻은 ‘곰가죽’은 상업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미술시장에 컬렉터의 역할을 정립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선박업을 하며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있던 30대 초반의 앙드레 르벨은 짬이 나면 미술을 즐겼다. 르벨은 당시 아방가르드 작가들을 지원하던 젊은 화상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에 눈을 떴고 미술품 투자가 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10월28일자에 계속)

김순응 서울옥션대표 soonung@seoulau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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