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분석]美, 왜 北 아니고 이라크 인가?

입력 2002-09-10 18:40수정 2009-09-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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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악의 축’ 국가로 지목한 이라크 이란 북한 가운데 대량살상무기 위협이라는 측면에선 북한이 더 심각한 우려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유독 이라크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감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는 9일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분명히 이라크보다 더 위협적이지만 북한의 외교정책은 이라크보다 유연하고 신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북한이 1, 2개의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충분한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으며 핵탄두 제조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라크는 외국이 생산한 고농축 우라늄을 들여올 경우엔 핵무기 제조에 5년, 암시장에서 핵물질을 조달할 경우에도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은 전망하고 있다.


또 북한은 탄도미사일 분야에서도 이라크에 앞서 있다. 북한이 98년 실시한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시험은 비록 3단계에서 실패하긴 했지만 북한이 언젠가는 핵탄두 크기의 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비해 이라크는 사거리 630㎞인 알 후세인 스커드 미사일 몇 십 기와 사거리 145㎞인 알 사무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북한은 핵 프로그램으로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지 않았으며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로 주변국들이 우려를 나타내자 추가 시험발사를 유예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경수로를 제공받는 대신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폐연료봉의 반출 및 과거 플루토늄 생산 의혹의 규명에 동의했다. 이 같은 합의가 지켜질지는 알 수 없지만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이르다.

북한은 또 탄도미사일의 수출 및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중단 문제를 놓고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한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후엔 이에 관해 진지한 대화가 없었다.

북한과 이라크의 또 다른 차이는 미국의 군사적 선택에 관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00만명의 북한 병력이 휴전선 부근에 배치돼 있고 서울이 북한 대포의 사거리 안에 있는 한국에선 군사작전은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이라크의 병력은 91년 걸프전 이후 절반 이상 줄었기 때문에 이라크와의 전쟁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

이 신문은 또 이라크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경우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균형이 깨져 아랍 국가들이 미국과의 연대에 주저하게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미국의 군사작전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서두르는 이유로 꼽았다.

미국은 이 밖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전개할 경우 이라크와 인접한 이란도 자신들의 핵개발 야심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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