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보고싶다 친구야]이종범- 황영조

  • 입력 2002년 9월 2일 17시 25분


종목은 달라도 운동선수들에겐 서로 통하는 게 있기 마련이다. 특히 온갖 시련을 딛고 정상을 밟아본 선수들에겐 더욱 그렇다.

이종범(32·기아 타이거즈·사진 왼쪽)과 황영조(32·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감독) 역시 마찬가지. 각각 야구와 마라톤에서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둘은 서로를 잘 아는 친구사이다.

둘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96년. 아는 선배의 소개로 식사자리에 함께한 둘은 70년 개띠 동갑내기라는 사실을 확인하곤 곧바로 말을 트며 친구로 지낼 것을 약속했다. 대스타들 답지 않은 ‘소박함’에 서로 정이 갔다나.

이후로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던 둘은 그해 야구장에서 한명의 투수로 한명은 타자로 ‘조우(?)’를 하게 된다. 인천구장에서 열린 해태와 현대의 한국시리즈에서 황영조가 공교롭게도 시구자로 나섰던 것. 해태의 1번타자가 마침 이종범이었기 때문에 둘은 ‘우정의 대결’을 펼치게 됐다.

타석에 친구인 이종범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속으로 ‘킥킥’거렸던 황영조. 한껏 폼을 잡은뒤 시구를 했으나 공은 타자 키를 훨씬 넘는 ‘아리랑볼’. 예의상 헛스윙을 한 이종범도 어이가 없었던 지 마운드를 한번 쳐다보고 ‘씨익’ 웃어보였다. 황영조는 “그때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황영조는 “서로 하는 일이 바빠 자주 보진 못하지만 이 기회를 빌어 안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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