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의 미술과 시장]<10>미술품의 가치

입력 2002-09-01 18:21수정 2009-09-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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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여 스승으로 모시는 골동상인이 한 분 있다.

명문대 미대를 나왔으나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그림에 특출한 재질이 없는 것 같아서 일찍 화업(畵業)을 중단하고 상인의 길로 들어섰다는데 골동 전반, 특히 목기에 대해 빼어난 안목을 지니고 있다.

골동에 매료돼 있는 필자는 이 분의 가게에 자주 놀러가는데 탐나는 물건이 있어 사겠다고 덤빌라치면 “쓸데없는 물건은 뭐하러 사” 하고 면박을 당하기 일쑤다.

그 분의 골동 철학은 “쓸데(용도)가 있는 물건으로 보존이 쉬워야 하며 실컷 즐기다가 되팔 때는 적어도 손해는 보지 말아야 할 물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골동 입문자가 ‘컬렉션의 좌우명’쯤으로 새겨 두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어느 집안이든 장식용으로 혹은 실제 사용하기 위한 물건이 많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식탁 옷장 응접세트 책상 찻상 꽃병, 혹은 허전한 공간과 벽을 메우기 위한 장식용 소품이나 그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물건은 대개 소모품이어서 사는 순간 비용으로 날아가 버리거나 감가상각이 되어 몇 년 후면 잔존가치가 없어진다.

그런데 이런 물건을 골동품이나 미술품으로 채웠다고 생각해 보자. 선조들의 숨결이 담긴 장롱이나 반닫이 돈궤 탁자 경상 소반, 아니면 도자기 등등. 특별히 희귀한 경우가 아니면 이런 물건을 구입하는 데 드는 돈은 결코 백화점이나 가구점에서 사는 새로 만든 물건보다 비싸지 않다.

벽에 거는 그림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이발소 그림이 아닌 젊고 유망한 작가의 작품으로 채울 수 있고 몇백만원 정도의 돈이면 추사 김정희 같은 대가의 진품 간찰도 한 점쯤 걸어두고 즐길 수 있다.

이런 물건으로 꾸며진 집안은 격이 있고 손님이라도 들였을 때 얘깃거리가 있으며 애들 교육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격조 높은 상류층 생활을 위해서 꼭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런 물건은 소모품이 아니라 시간과 더불어 가치가 올라가는 투자자산이다.

골동을 포함한 우리나라 미술품이 워낙 저평가 돼 있어 조금만 공부하고 부지런을 떨면 싼값에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구할 수 있다. 출장차 서울에 왔다 우연히 경매에 들른 런던대의 영국인 교수가 한국 고미술품 값이 말도 안되게 싸다며 고서화 한 점을 덥석 사간 일이 생각난다.

서울옥션대표 soonung@seoul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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