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제32회 봉황기 고교야구대회 결산

입력 2002-08-27 11:19수정 2009-09-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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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회 봉황기 고교야구가 지난 8월 2일 개막해 25일까지 20여 일의 일정을 마쳤다. 봉황기는 다른 대회와는 다른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우선, 지역예선 없이 전국 모든 팀이 출전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예선을 통과하기 어려운 팀들이 종종 파란을 일으키며 이변을 많이 만들어내는 대회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올해는 8월 1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에서 세계대회가 벌어져 청소년대표 차출로 인한 변수가 있었다. 세 번째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수는 이미 프로와의 계약이 끝난 각 팀의 일부 스타 급 선수들과 대학진학 요건 충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당수의 선수들이 섞여 벌어지는 봉황기 특유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들 수 있다.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장마로 인해 경기 순연이 잦다는 것도 포함 할 수 있을 듯.

천안북일, 시즌 3관왕

아직 전국체전(제주도 개최)이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상 올해의 고교야구가 마감된 시점에서 돌아보면 올해는 광주제일고와 천안북일고가 천하를 양분한 한해였다. 광주일고는 시즌 개막전인 대통령배에서 주전투수인 고우석(기아 입단)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김대우의 역투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고 곧 이어 벌어진 청룡기에서도 우승기를 가져가 2관왕에 올랐다.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광주일고에 2-13으로 무릎을 꿇었던 천안북일고는 청룡기에는 참가하지 못했으나 황금사자기 8강에서 광주일고를 8-7로 꺾은 여세를 몰아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북일고는 7월 부산에서 개최된 화랑기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오른 데 이어 이번 봉황기 우승으로 시즌 3관왕에 오른데다 사상 처음 이 대회에서 4번째로 우승한 팀이 되었다.

광주일고와 북일고의 올 고교야구 양강구도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면이 많았다. 특히 이번 봉황기에서는 여러 가지 관심이 한꺼번에 모아지는 일이 많았다. 우선 양 팀의 감독은 이번 청소년대표팀의 감독과 코치(심재혁 광주일 감독-김상국 천안북일 코치)로 호흡을 맞췄고 양팀 합쳐 무려 8명의 선수(광주일 5명, 북일 3명)가 대표팀에 발탁되었다. 봉황기 이전의 양팀 우승횟수도 2회로 같고 맞대결 결과도 1승1패였던 것까지 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치고도 절묘한 결과. 아무튼 이번 봉황기 8강에서 만난 결과는 북일의 한 점차 승리였고 광주일고를 제친 북일고는 우승까지 순항할 수 있었다.

야탑고, 눈물의 투혼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팀을 꼽으라면 단연 분당 야탑고다. 1997년에 창단해 성인고에서 올해 교명을 바꾼 야탑고는 좋은 신입생들을 많이 영입해 이미 올해 파란을 예고한 바 있었으나 팀 내 문제로 10명이 타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등록선수가 13명뿐인 상태로 봉황기에 참가했다. 그나마 3학년은 단 두 명뿐인 '영계'팀. 그러나 두 명의 3학년생들은 선봉에서 강팀들을 거푸 격파하는데 앞장섰다. 주장인 포수 이중훈은 서울연고지 두 프로구단의 올해 1차 지명자(두산=노경은, LG=박경수)를 모두 배출한 성남고를 상대로 홈런 두 개를 날리며 팀을 8강에 견인했다. 또 다른 3학년생인 유격수 오재원(2차 9순위 두산 지명선수로 경희대 진학예정)도 15타수 9안타 타율 6할에 4도루로 타격상과 도루상을 받으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선수숫자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에 야탑고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에이스 역할을 했던 사이드암 투수 김정환은 마운드에서 물러나면 2루수로 들어가 수비를 봐야했고 신입생 배우열은 유격수와 2루수, 1루수를 오가야 했다. 그러나 이런 악전고투로 인한 선수들의 체력저하는 결국 준준결승에서 8대1로 앞서던 상황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 당하는 빌미가 되었다. 중앙고에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된 후 눈물을 닦으며 경기장을 나서던 야탑고 선수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내년에도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을 부탁한다.

눈에 띄는 2학년생들

3학년들의 진로가 대부분 결정된 이후에 벌어지는 봉황기는 내년의 스타들인 2학년 유망주들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역시 천안북일의 왼손투수 김창훈. 올 봄 대통령배 때만 해도 볼은 빨랐지만 여러 가지로 미숙한 면이 많았던 김창훈은 여러 대회와 청소년대표를 거치면서 당장 최고투수로 떠올랐다. 최고 143km/h의 직구에 공을 잘 감추는 투구 폼을 갖고있는 김창훈은 청소년대회에서 14일 귀국해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15일 부산고와의 2회전에서 4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고 19일 신일고전과 21일 광주일고전에서 잇따라 구원승을 올렸다. 24일 세광고와의 준결승에 등판하지 않으며 체력을 비축한 김창훈은 25일 중앙고와의 결승전서 선발로 나와 6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타석에서는 연타석 홈런으로 우승을 자축하기도.

야수 중에는 중앙고의 유격수 김재호가 주목된다. 이미 1학년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관심을 끌었던 김재호는 사실 올해 초 슬럼프에 시달리는 모습이었으나 화랑기 때부터 완벽하게 회복되며 특유의 재치 있는 모습을 되찾았다. 여러모로 올해 LG에 입단한 성남고 박경수와 비슷한 스타일의 수비력이 안정된 선수로 내년에 어떻게 성장할 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그밖에 중앙고 포수 이희근, 1루수 김태우, 세광고의 우투수 송창식, 순천효천고의 투수 겸 3루수 김수화, 광주일고 포수 이성호, 광주동성고 3루수 김주형, 경북고 2루수 오상준, 야탑고 중견수 이재엽 등도 이번대회 좋은 활약을 보인 2학년생 들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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