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야구 드림팀 5 유감

  • 입력 2002년 8월 13일 09시 58분


프로야구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가 허용되기 시작한 98년 이래, 국내 프로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경우는 지금까지 총 4차례였다. 작년 11월 대만에서 열렸던 야구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을 언론에선 <드림팀 4>라고 불렀다. 물론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드림팀 1>, 99년 서울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이 <드림팀 2>,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이 <드림팀 3>였다.

98년의 아시안게임은 시즌이 끝난 뒤인 12월에 벌어졌다. 동계훈련부터 페넌트레이스에 이어 포스트시즌까지 먼 길을 달려온 선수들에게 쉴 틈도 없이 또 다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라는 것은 사실 무리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전원 병역 미필자로 구성되었기에 우승하면 병역면제라는 확실한 성취동기를 갖고있던 <드림팀 1>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었다. 당시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박찬호에게 어떤 기자가 물어보나마나 한 질문을 했었다. “시드니 올림픽에도 출전할 생각입니까?”...

<드림팀 2>와 <드림팀 3>의 경우는 시즌 중에 소집되었는데, 각각 올림픽 티켓확보와 야구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KBO의 페넌트레이스 중단이라는 배려를 통해 최강의 팀을 구성한 결과 역시 목표를 이루어내었다.

문제는 <드림팀 4>가 출전했던 대만 월드컵이었다. 대회기간은 포스트시즌이 끝난 직후인 11월. 이름은 거창하게 월드컵이었지만 사실 그 전 대회까지도 세계선수권이었던 대회였다. 게다가 우승한다고 병역이 면제되는 대회도 아니고. 당연히 프로선수들이 참가하기를 꺼렸다. 그러자 KBO에서 내놓은 묘안이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좋은 성적을 거두면 내년 부산 아시안게임 출전의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김상훈(기아), 이혜천(두산), 오상민(삼성), 채종범(SK), 김진웅(삼성) 등의 미필자들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만을 다녀왔다.

이들 중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1차 엔트리 37명에 들어있는 선수는 김상훈 하나 뿐이다. 채종범을 제외하고는 (특히 투수들이)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병역과 관계없는 선수들 중에서 마해영(삼성)이나 이영우(한화)등 타자들은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최고 투수 신윤호(LG)의 올해 성적은 작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혜천, 오상민, 김진웅의 성적이 나빠진 원인이 반드시 대만월드컵에 다녀왔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작년에 무리다 싶을 만큼 많이 던진데 이어 제대로 쉴 틈도 없이 대표팀에 선발되었다. 분명 그들은 병역면제라는 목표를 위해 무리인 줄 알면서도 대표팀에 다녀온 것이고 그 여파가 올 시즌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KBO가 공약과는 달리 베스트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하기로 한 것에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것이다. 월드컵 4강의 성과를 거둔 축구에게 최고 인기스포츠 자리를 위협 받는 처지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생각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은 ‘약속이 틀리지 않느냐’고 따질 수도 없는 형편이다.

많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아시안게임,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면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98년 이후 <드림팀>이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일본에 대부분의 게임을 승리해 이번에도 꼭 이겨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된다.

하지만 굳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프로 주력선수들을 모두 내보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반대다. 우선, 이와 관련 KBO는 이미 기존에 나와있던 후반기 일정을 완전히 바꿨다. 거기에 아시안게임에 올스타급이 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페넌트레이스가 연기되고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 다시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기형적인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국가적인 대사이므로 페넌트레이스 일정에 조정을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존의 일정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은 경우가 아니다. KBO는 선수들은 물론 결과적으로 팬들을 상대로도 거짓말을 한 셈이다. 관중들을 구장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색다른 이벤트를 통해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되긴 하겠지만 충실한 경기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 아닌가.

둘째, 현재 대만 대표팀 선수명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전력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마선수들 위주로 되어있는 일본을 상대로 프로 올스타들이 나선다는 것은 격이 맞지 않아 보인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거 없고 매사에 확실한 게 좋지만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는 억대 연봉의 프로선수들에게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만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들의 뇌리엔 금메달에 앞서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걱정이 자리잡을 것임은 분명하다.

세 번째, 선수들의 병역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 대회 성격상 올림픽에는 최고선수들의 선발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적으로는 최고의 선수들이 나가서 일본과 대만을 이기고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는 것이 중요하고 통쾌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 중흥의 근본적인 대책인 경기내용의 향상을 위해서는 프로와 아마의 젊은 유망주들이 금메달 획득으로 합법적인 병역면제의 혜택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군 복무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고심했으며 상당수는 선수생활을 접었는지를 생각해 보라.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