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단어]서해

  • 입력 2002년 7월 4일 16시 20분


한국 영토의 서쪽 바다를 서해라 부른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얕은 바다다. 평균 수심이 44m다. 조수간만의 차도 크다. 밀물이 들어올 때와 썰물이 나갈 때 해안의 수심이 크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서해에는 썰물 때 바다가 갈라져 섬이 육지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서해 모세 현상’이다.

전남 완도의 노록도, 진도의 모도, 여수의 사도, 충남 보령의 석대도, 서산의 웅도, 경기 화성의 제부도 등이 모세 현상으로 육지와 이어지는 서해의 섬이다.

서해 모세 현상은 모도와 사도에서는 1년에 서너 차례, 석대도는 한달에 서너 차례 나타난다.

그러나 제부도에서는 하루에 두 차례 일어난다. 특히 제부도는 1㎢가 채 못되는 넓이지만 썰물 때는 2.3㎞나 되는 길이 물 아래서 나타나 섬을 육지와 연결한다.

국내 최장의 아산만 서해대교(7.3㎞)가 인공의 장관이라면, 이같은 ‘물 아래 다리’는 자연의 비경이다.

이미 몇몇 시인과 작가들이 서해의 물 아래 다리를 소재나 제목, 배경으로 삼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헤어진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이같은 다리들이 숨겨진 서해가 북한측 도발로 3년 만에 다시 포성과 핏물에 얼룩졌다. 우리의 젊은 해군 장병들이 꽃잎처럼 스러져 갔다. 불교에서는 서쪽 바다 저 건너편에 ‘서방정토(西方淨土)’가 있다고 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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