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지구촌 표정]“월드컵에 적색 경보 내렸다”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45분


해외 주요 언론들은 독일과의 4강 경기를 앞둔 한국팀을 ‘우승 후보’로 거명하며 “한국이 독일을 꺾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월드컵에 적색 경보가 내려졌다”며 한국을 ‘우승후보’로 거론했다. 신문은 “월드컵 개막 직후만 해도 한국팀은 단지 몇몇 적수를 물리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팀 정도로 간주됐지만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기력, 무서운 기세로 이제는 우승 후보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도 23일 한국의 4강 진출을 ‘신데렐라’ 이야기에 비유하면서 한국이 독일을 꺾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독일이 미국에 신승한 점이나 한국민의 대대적 성원 등을 미뤄볼 때 한국의 요코하마행이 불가능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랜 클럽 경기로 지친 독일에 비해 한국팀이 여러 달 함께 훈련해온 점, 홈 경기장의 이점 등이 한국의 유리한 점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독일을 꺾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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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지에서는 우승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준결승 상대로 한국을 만난 데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잘해야 8강’이라는 당초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대표팀에 대해 12년 만의 우승을 점치면서도 여론조사에서 준결승 상대로 ‘스페인’을 선호했을 정도로 한국을 어려운 상대로 인식하는 분위기.

독일 언론들은 한국이 준결승 상대로 확정된 뒤부터 한국-스페인전 심판 판정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독일 벨트 암 존탁지는 23일 “한국-스페인 경기에서 호아킨 선수가 골라인 선상에서 걷어올린 공이 골라인 아웃으로 처리된 것은 잘못된 판정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한국인들은 무엇보다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보다 좋은 성적을 낸 것을 가장 큰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결승전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인들은 이를 일본의 36년간 식민통치에 대한 ‘보복(Payback)’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어교사 김선영씨(31)의 말을 인용, “일본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일본인들에게 ‘우리가 1등이다, 우리가 당신들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줘 가장 완벽한 설욕이 될 것”이라며 “압제자는 과거를 잊지만 희생자들은 절대 잊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4년 도쿄 월드컵 예선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단에 “지면 동해를 건널 생각도 하지 말라”고 훈계한 사실을 전하면서 당시 선수로 뛰었던 한창화옹의 “그건 축구경기가 아닌 전쟁이었다”는 회상을 곁들였다.

○…‘대∼한민국’으로 시작되는 한국의 월드컵 응원이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말을 모르는 일본인들도 ‘대∼한민국’은 물론 ‘오 필승, 코리아’를 입에 달고 있을 정도.

요미우리신문 후지TV 등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24일 한국의 4강진출은 ‘12번째 선수’로 불리는 한국 응원단의 열띤 응원에 힘입은 바 크다며 응원모습을 자세히 전했다.

요미우리는 이날 ‘한국이 하나된 날’이라는 월드컵 기사에서 ‘대한민국’ 국호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한국민들이 선수의 모습에 국가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함으로써 강렬한 자부심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은 광복 후 남북분단과 민주화투쟁, 지역갈등 등으로 대립해왔으나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일체감을 맛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후지TV는 23일 밤 ‘EZ!TV’라는 프로그램 중에 방영한 ‘25일간의 한국밀착취재기’를 통해 600만명에 이르는 한국의 거리응원단의 동태를 집중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사회자들은 특히 ‘붉은 악마’들이 커다란 혼란 없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면서도 뜨겁게 응원하는 모습을 극찬하며 “4강진출과 응원단이 모두 부럽다”는 말을 연발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23일 거스 히딩크의 향후 거취에 대해 “그는 네덜란드인답게 소문에 대해 대답하지 않은 채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타임스는 “그러나 네덜란드의 많은 사람들은 히딩크씨의 다음 기착지가 과거 자신이 뛰었던 PSV 아인트호벤이 될 것이며 김남일, 박지성과 송종국을 데려갈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한국팀 응원단이 많은 베트남에서도 ‘붉은 악마’ 티셔츠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22일 8강전에서는 한국과 베트남의 공동응원 뒤 참석자들에게 티셔츠를 나눠주는 행사에서 티셔츠 500장이 한 시간 안에 동났을 정도. 이에 따라 백낙환 주베트남 한국대사는 개인비용으로 티셔츠 500장 추가 제작에 나섰으며 대한석유공사와 대우자동차베트남법인 등 기업들도 홍보용 티셔츠 제작에 나섰다. 일부 베트남인들은 한국인들에게 ‘경기가 끝나면 벗어달라’고 미리 부탁해 놓기도.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24일 한국의 축구 실력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번 월드컵의 최대 화제는 그동안 남한(South Korea)으로만 알려진 괴물에 관한 것으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신문은 홍명보 선수를 ‘아시아의 베켄바워’로 묘사했으며 이영표 선수를 ‘떠오르는 10대 신예’로 지목했다. 신문은 “한국팀에는 차두리를 비롯한 우수선수들이 많은데도 유럽팀들이 인재의 보고(寶庫)인 한국에서 선수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덧붙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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