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지구촌 표정]“이젠 우승만 남았다”

  • 입력 2002년 6월 22일 00시 56분


브라질 '열광' - 시즈오카AP연합 / 잉글랜드 '절망' - 런던AP연합
브라질 '열광' - 시즈오카AP연합 / 잉글랜드 '절망' - 런던AP연합

▼4강진출 브라질-독일

21일 8강전에서 잉글랜드와 미국을 각각 꺾고 4강에 진출한 브라질과 독일은 삼바춤과 퍼레이드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살바도르 등 브라질의 거의 모든 도시는 삼바 리듬에 맞춰 춤추는 사람으로 가득 찼다.

상파울루의 아베니다 파울리스타 광장에는 이른 새벽인데도 수많은 축구팬들이 ‘브라질이 이겼다’는 함성을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꼬박 밤을 지새운 브라질인들은 “사실상의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꺾었다”며 “이제 5번째 월드컵 우승으로 나아가자”고 외쳐댔다. 차들은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AFP통신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거리에 쏟아져 나온 수천명의 축구팬들이 외쳐대는 함성이 일본까지 도달할 만큼 크지는 못했지만 동네 사람들을 깨우기에는 충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AFP통신은 “그 시간에 자고 있는 시민들은 한 명도 없었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일과가 정상적으로 시작될 수 있는 아침에 경기가 끝났지만 이날은 자연스럽게 비공식 임시 휴일이 돼 버렸다.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광장에 있던 마자리올은 “어차피 이날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학교에 등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면 하루 종일 축제를 벌여야 하고 지면 너무 낙담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

브라질의 경제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월드컵 기간 유일하게 번창하는 산업은 브라질 국기 제조업이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날 브라질 학교들에는 황 청 녹 3색기인 브라질 국기를 상징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고 길거리에선 국기가 불티나게 팔렸다.

○…독일 국민은 베를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즉석 퍼레이드를 벌였다.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수천명의 시민들은 경기가 끝나자 독일 국기를 높이 들고 “도이칠란트”를 외치며 거리를 내달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 쿠르푸에르스탠단 대로에서도 수백명의 축구팬들이 승리의 찬가를 부르며 드럼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데니스 프리만(20)은 “독일만큼 명성이 있는 팀은 없다”며 “미국의 패배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독일 언론과 외신들은 “골키퍼 올리버 칸이 독일팀을 다시 한번 위기에서 구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DPA통신은 경기 초반 독일팀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방어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올리버 칸이 미국팀 랜던 도너번과 에디 루이스 등이 잡은 5차례의 결정적인 골 찬스를 무산시킴으로써 미국 돌풍을 잠재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로이터통신도 “독일 선수들은 3번이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독일에 전혀 존경심을 보이지 않은 미국 선수들에게 밀려 고전했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도 내줬으나 올리버 칸이 모두 막아냈다”고 보도했다.

○…독일팀의 루디 D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오늘 우리 팀이 이긴 것은 행운이었다”며 “심판이 우리 팀에 페널티 킥을 주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실토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러 감독은 “오늘 미국에 이겨 사상 10번째로 4강에 오르긴 했지만 경기 내용이 별로 재미가 없었다”며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모두 그로기 상태였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잉글랜드-미국 침통 “神이 우리를 버렸나”

8강전에서 고배를 마신 잉글랜드는 슬픔에 빠졌고, 미국은 아쉬움 속에 선수들의 선전을 칭찬했다.

○…“주여, 일어나소서. 브라질이 우릴 이기지 못하도록 하소서. 그들을 공포에 사로잡히도록 하시고 주여, 당신의 손을 들어 호나우두와 히바우두 그리고 호나우디뉴의 힘이 혼란에 빠지도록 하소서.”

21일 브라질과의 월드컵 8강전을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된 영국국교회 소속 제레미 플레처 목사의 기도문. 그러나 신은 기도를 외면했다.

런던 도심의 트래펄가 광장에 설치된 32m짜리 초대형스크린 앞에 모여든 수천명의 축구팬들은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치며 슬픔을 표시했다. 크리스 멜로트(34)는 “(월드컵 우승의) 꿈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AFP통신은 500만명이 2500여개소의 술집에서 이날 경기를 시청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스포츠 채널 ESPN은 “믿을 수 없는 질주가 마침내 끝났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CNN 방송도 “이번에 출전한 미국팀은 미국 월드컵 역사상 70년 만에 가장 강한 팀이었으나 체력적으로 강한 독일 팀에 아깝게 패했다”고 보도했다.

브루스 어리나 미국 팀 감독은 “독일 팀은 강하고 특히 프리킥에 무서운 실력을 가진 팀”이라며 “우리가 지긴 했지만 우리 팀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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