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우리식 압박축구의 승리

  • 입력 2002년 6월 19일 01시 56분


전반 초반 한 골을 잃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 스타일대로 자신감있는 강한 압박축구를 구사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이탈리아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휘말리지 않고 기적을 일궈낸 대한의 건아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4700만 국민의 성원이 선수들에게 전해져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만들어낸 것 같다.

전반은 답답했다. 비록 볼 점유율이 62%에 이를 정도로 주도권을 잡았지만 몸싸움에 뒤져 결정적인 찬스를 수 차례 내줬다. 전반 8분 첫 골도 비에리와 같이 떴던 최진철이 밀려 균형을 잃는 바람에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중거리슛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자신감이 없어 큰 위력이 없었다. 유상철이 폴란드 전에서 터뜨렸던 그런 슈팅이 아쉬웠다. 마음이 급해져 전방으로 찔러주는 긴 패스도 자주 나왔지만 번번이 차단당했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조금도 주눅들지 않았다. 쉼없는 공격에 후반들어 이탈리아 선수들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그들이 자랑하는 특유의 빗장수비도 곳곳에 구멍이 생겼다.

이탈리아는 선취점을 올린 뒤 수비로 전환하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고, 히딩크 감독은 후반 김태영 김남일 홍명보를 빼고 황선홍 이천수 차두리 등 공격수를 기용하는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띄웠고, 모험은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체력이 바닥 난 이탈리아 선수들은 한국의 압박축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성을 잃어갔고, 이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맞불작전’으로 나간 것도 주효했다. 몸값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스타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체력으로나, 머리싸움에서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전반 다소 무거워보였던 한국 선수들의 몸놀림은 후반 이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측면을 활용한 빠른 침투와 오버래핑으로 골문을 두드리기 수 차례.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후반 종료휘슬이 울리기 직전 극적인 동점골과, 연장 후반 골든골은 이같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의 축구가 생산해낸 옥동자였다.

허정무/ 본보 자문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