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어린이 인권<中>]학대아동 보호기관 '그룹홈'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22분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노란대문 집. 학대받는 아동들이 보호되고 있는 한국어린이보호재단(회장 이배근·李培根)의 ‘신나는 그룹홈’에 들어서자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10여명이 마당에서 신나게 뛰놀고 있었다.

1999년 2월 문을 연 그룹홈은 아동학대 치료전문기관 중 한 곳.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아동을 데려와 보호하며 상담과 치료를 해주고 있다. 2000년 인천, 2001년 울산 제주 경기 강원에 추가로 생겼다.

2층짜리 집을 개조해 만든 그룹홈의 노란색 대문과 노란색 지붕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노란색을 사용한 것은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한 것. 이 때문에 아동들은 이곳을 ‘노란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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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학대신고 작년 4133건

아동들이 지내는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식당 부엌 화장실이 갖춰져 있고 방에는 TV에다 책들이 죽 꽂혀 있어 아늑한 가정 분위기를 풍긴다.

아동들은 제각기 말못할 사연을 가슴에 품고 이곳에 오게 됐지만 얼굴은 밝아보였다.

이모양(15)은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가 매일 때려 견디다 못해 가출했다가 2001년 5월 이 곳에 오게 됐다. 중학교 1학년 과정도 채 마치지 못한 이양은 그룹홈의 배려로 4월 5일 중졸 검정고시를 보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늘 우울한 그림자가 얼굴에 드리웠던 이양은 6개월 동안 이곳에서 지내면서 또래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학생으로 변했다. TV에 탤런트 배용준이 나오면 좋아서 소리를 지르고 멋도 부리며 장난도 잘 치게 됐다.

김모군(10)은 6세 되던 해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 그러나 홀로 아들을 키우던 아버지는 스트레스와 가난을 비관하며 김군을 자주 때렸다. 학대를 눈치챈 이웃의 신고로 2001년 8월 이곳에 와 치료를 받고 있다.

고교생인 박모양(17)은 아버지의 성적학대를 견디다 못해 상담전화로 신고해 4월 이곳에 오게 됐다.

그룹홈의 보육사인 김혜랑씨(20)는 “이곳의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지만 집에 관한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이 다른 아동보호시설과 다른 것은 원스톱 서비스를 목표로 상담, 검사, 치료를 한꺼번에 해준다는 점이다. 부모들도 불러 상담과 치료를 해준다.

그룹홈의 아동들은 임시 전학의 형태로 근처의 학교에 다닌다. 공부가 끝난 뒤 오후 4시부터 7시까지는 자유시간. 그 외 시간은 학원에 가 공부하기도 하고 전담 사회복지사들로부터 상담과 치료도 받는다.

부모와 아동 모두 치료 효과가 좋을 경우 3∼6개월 만에 아동을 가정으로 되돌려 보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계속 데리고 있는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아동은 142명. 이 중 80%는 부모 곁으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다른 연고자나 장기보호시설로 보내졌다.

그룹홈과 같은 곳에 사무실을 둔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은 79년에 생긴 민간단체. 83년부터 ‘신나는 전화’를 통해 학대받는 아동들의 상담을 받아 오다 99년부터 그룹홈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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