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칭찬합시다]‘공짜표’ 없앤 KBO 이상일 사무차장

  • 입력 2002년 4월 7일 18시 26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지요. 이제는 하나의 좋은 전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프로 스포츠를 관장하는 국내 단체 중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만큼 ‘고지식한’ 곳도 없을 듯하다. 1982년 출범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는 ‘공짜표’라는 것이 없다. 이 불문율은 KBO직원과 구단 직원들에게도 어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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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출범 이듬해 KBO에 입사, 운영국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일(李相日·44) KBO 사무차장은 “자랑해야 할 프로야구의 전통이 아직도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이 사무차장은 KBO 공채 출신으로 가장 오랫동안 프로야구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터줏대감’이다. 이 사무차장은 “개인적으로는 내세울 게 없고 몸담고 있는 단체를 칭찬하기 위해서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라며 “무료 입장권이 바람직한 것인가의 문제를 떠나 일단 원칙이 세워지면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내에 본격적인 프로 스포츠 시대를 연 프로야구가 20년 전 이미 홍보성 입장권을 비롯한 ‘공짜표’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은 무료 입장권을 남발하던 당시 경기 단체의 ‘관행’으로 볼 때는 큰 사건이었다. 출범에 앞서 KBO는 프로야구 6개 구단에 대해 “무료 입장권을 발행하다가 적발되면 500만원의 벌금을 낸다”는 합의 각서를 쓰게 했을 정도로 철저한 다짐을 받았다. 프로야구 원년 최고 선수 박철순(당시 OB)의 연봉이 2400만원이었으니 500만원이면 상당한 액수다. 이 사무차장은 “프로야구가 인기를 끌자 무슨 무슨 기관이라며 공짜표를 달라고 하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KBO에서 일한다고 하면 공짜표를 줄 수 있느냐는 말을 아직도 듣고 있어요. 아예 내 돈으로 표를 사서 나눠준 적도 있어요. 20년째 KBO 직원들은 공짜표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죠.”

이 사무차장은 “프로야구가 입장권 수익의 운용과 배분, 관중수 집계 등에서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무료 입장권이 없다는 점에 힘입은 바 크다”며 “공짜 입장권에도 좋은 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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