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가이드]2002학번의 새내기들에게 주는 5가지 ´훈수´

  • 입력 2002년 3월 4일 17시 33분


'대학 1학년땐 이렇게'한 대학 구내서점에서 책을 보고 있는 토론 참가자들 왼쪽부터 신용주 양보람 정현경 김지훈 전은영씨
'대학 1학년땐 이렇게'
한 대학 구내서점에서 책을 보고 있는 토론 참가자들
왼쪽부터 신용주 양보람 정현경 김지훈 전은영씨
《대학 2학년생들에게 물었다.

“다시 1학년 되고 싶어요?”

(이구동성으로) “물론이죠.”

“왜요?”

“못해 본 게 너무 많아서요.”

지난달 26일 올해 2학년이 된 01학번 5명이 ‘새내기 때 잘 사는 법’이란 주제로 모임을 가졌다. 갓 새내기에서 벗어난 ‘직속 선배들의 메시지’에는 새내기의 특권을 잃은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이날 모임은 후배들에게 던지는 얘기지만 내심 ‘자기 비판의 자리’이기도 했다. 이들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새내기들은 대학 1학년 생활의 노하우를, 기성세대는 옛날과 다른 대학 새내기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1. 사람사귀기도 공부▼

정(현경)〓신입생 초반기에 열리는 각종 학과나 학교 행사는 빠지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 학부제라서 같은 학번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거든.

양(보람)〓오티(오리엔테이션)를 안 갔더니 후유증이 대단하더군. 한 달 동안 친구나 선배나 오티 얘기만 하는 거야. 애들은 그때 친하게 된 선배들이랑 밥 먹으러 다니는데, 나만 구석에 처박혀서….(웃음)

김(지훈)〓우리 학부는 300명인데 1년이 지난 지금도 모르고 지내는 애들이 있어.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동아리나 학회 같은 활동을 하면 좋지.

전(은영)〓동아리에 들 때 친한 선배들이 권유하면 마구잡이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나도 선배들한테 이끌려 몇 개 들었는데 관심이 없으니까 정작 활동을 안 하게 돼. 선배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손해만 봤어.

신(용주)〓1학기 때 선배 따라 학회를 네 개나 들었다가 매일 술만 마셨어. 2학기 때 모두 그만뒀지. 지금은 축구 모임하고 밴드 동아리만 하는데 진짜 관심 있는 걸 하니까 꽤 재밌어.

양〓나도 동감이야. 본부나 대학 연합 동아리 같은 걸 하면 다른 단과대나 다른 학교 애들을 알게 되니까 나름대로 괜찮더라고. 사실 단과대나 학교별로 조금씩 특성이 다르잖아.

▼2. 어…시간이 남네?▼

정〓갑자기 맘대로 할 수 있게 되니까 헷갈렸어. 막상 강의가 없는 시간이 되니까 어영부영 수다떨거나 과 사무실에서 죽치고 있고 그랬지. 한 두 달 헤매고 나니까 정신이 들더라고. 나중에는 강의가 없는 시간을 활용해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땄어. 거창한 자격증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뿌듯해.

김〓집에서 나와 생활하니까 더 그런 것 같아. 처음에는 정말 할 일이 없는 거야. 수업을 빼면 할 게 아무 것도 없더라고. 매일 새벽까지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밥도 잘 안 먹어 한 학기만에 몸무게가 엄청 줄었어. 이건 엄마한테 비밀인데…(웃음). 그 시간에 영어공부나 취미활동이라도 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정〓식사 제때 제대로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해. 그것도 자기관리라고.

신〓강의가 없을 때 놀지 않고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저녁에 잘 놀아도 돼. 자투리 시간을 잘 쓰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이 대목에서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전〓1년 내내 과 공부 조금, 자격증 공부 조금, 영어 조금 하다 보니 남는 게 없더라고. 앞으론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생각이야.

양〓하지만 잘 지내놓고도 아쉬움은 늘 남게 마련이니까,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어. 앞으로 잘하면 되지 뭐.

▼3. 학점도 A…놀기도 A▼

양〓친구들이 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믿으면 안 돼. 나중에 학점 나온 것을 보면 다들 공부는 열심히 하거든.

전〓요즘 워낙 취직 안 된다는 얘기가 많으니까 1학년도 공부를 무척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학부제를 하는 대학이 많아 1학년 때 놀면 2학년 때 원하는 전공으로 갈 수도 없게 되니까.

신〓그렇다고 매일 공부만 할 수도 없잖아.

김〓내가 보기엔 노하우가 있어. 가령 강의 시간표를 짤 때 시간 관리가 잘 안 된다면서 일주일에 4일만 나오려고 애쓰지 말고 5일 정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게 훨씬 낫더라. 공부도 사이클이 있는데 월 화 수에 강의 몰아놓고, 2∼3일은 학교 안 나오고 이렇게 살다보면 망가지지.

양〓일종의 테크닉인데, 시험 볼 때 교수님들의 특성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선배들한테 잘 물어봐야지. 어떤 선생님은 단답형 답 쓰기에, 어떤 선생님은 답안지 앞뒤로 꽉꽉 채워야 점수를 잘 주시거든. 나는 그걸 몰라 한 과목에서 망했어.

정〓그렇다고 학점 후하게 주는 과목을 들으면 꼭 실패야. 교양 과목은 정말 듣고 싶은 것을 들어야 해. 나도 지난 학기에 ‘A학점 폭격기’ 강의를 신청했다 완전히 바닥을 깔았어. 워낙 관심이 없는 분야라 재수강도 하고 싶지 않아.

▼4. 대학은 기회의 바다▼

전〓인문학부는 점수 맞춰 들어온 애들이 많아. 다들 경영학과나 법대 가고 싶어하고 전과(轉科)를 생각하는 애들도 많아. 보기에 별로 안 좋더라.

정〓사실 좀 그렇긴 해도 대학을 들어오면 과에 대한 환상이 깨지잖아. 그럴 때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건 괜찮고 기회도 많잖아. 그런데 또 다시 환상을 갖지 않으려면 가고 싶은 과의 수업을 들어보고, 해당 과 선배들에게 물어도 보고 해서 실질적인 정보를 얻어야 해.

신〓전과를 포함해 대학생이 되면 여러가지 기회가 많은 것 같아. 그런데 몰라서 잘 활용을 못 하지. 나는 이번 겨울방학 때 호주에 35일간 연수를 다녀왔는데 기업체의 연수 프로그램에 응모해서 당첨된 거야. 물론 공짜였지. 사실 이런 기회들이 무척 많아. 관심 분야의 심포지엄이나 이런 데를 자꾸 찾아 다녀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전〓맞아. 사실 알바(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야. 구청이나 시청에서 알바를 모집하고 편의점 알바 등 실제 할 수 있는 게 참 많은데 다들 올 방학 땐 알바 해야지 해놓고 차일피일 미루다 말지.

양〓친구가 6개월 동안 알바로 돈을 벌어 노르웨이를 다녀왔는데 딱 한 마디 하더라. 세상 참 넓다고. 얼마나 부럽던지. 그런데 해외 여행 나갔다온 애들의 공통점은 다들 영어가 좀 되는 줄 알았다가 좌절하고 온다는 거지(웃음).

▼5. 선배를 괴롭혀라?▼

양〓대학은 고등학교와는 달라. 스스로 안 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 수업시간에 일부러 라도 선생님께 질문하고, 선배들도 계속 찾아가 만나 튀려고 노력하는 게 좋아. 고등학교 때는 재수 없다고 왕따 당하지만 대학은 안 그렇거든. 참, 선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밥 사달라고 하고.

정〓시키는 대로만 하는 고등학교 적 버릇을 하루빨리 벗어 던지길. 갑자기 ‘자율성’이 주어지니까 그것을 감당 못하는 경우도 많아.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이 대학생의 특권이니까 맘껏 방황도 했으면 좋겠어. 개인적으론 1학년 때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

김〓1학년 때 너무 놀면 불이익이 많거든. 그렇다고 도서관에만 가 있을 수도 없고. 친구나 선배나 갈 길이 다 틀리니까 스스로 찾아보는 노력이 제일 중요해. 그러려면 이것저것 다 경험해 보는 게 좋고. 단,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줏대 있게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해.

전〓학생회 활동이든 카페 활동이든 적극적으로 하길. 뭔가를 해본다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해보고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배우는 거니까. 단 너무 자기 이해 관계만 따지지 말고 성의있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지.

▽모임에 참석해주신 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의 ‘러브 01학번’ 카페 회원 김지훈씨(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신용주씨(연세대 공학계열) 양보람씨(서울여대 교육심리학) 전은영씨(가톨릭대 국문과) 정현경씨(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정리〓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