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것만은]"경기때 지하철 연장운행 했으면…"

  • 입력 2002년 2월 22일 18시 08분


“곧 있으면 세계 각지에서 몰려올 관광객들 틈에 섞여 월드컵을 맞을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한국 생활 2년반째인 프랑스인 알렉스 모드롱더(31·회사원)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열성 축구팬이다. 월드컵은 물론 컨페더레이션스컵 등 세계적인 빅게임이 치러지는 곳이면 열 일을 제쳐두고 달려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는 이미 준결승전을 포함해 프랑스가 속해 있는 A조 경기는 모두 예매해 둔 상태.

“예매권을 손에 넣은 날 밤엔 야릇한 흥분에 잠조차 이루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멋진 경기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의 팬들이 한데 모여 한판 잔치를 벌이는 것이 월드컵의 참맛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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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대한 기대만큼 모드롱더씨는 월드컵에 대해 할말도 많다.

한국에 주재하는 프랑스인들로 구성된 응원단 회원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6월 울산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멕시코전 때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응원 복장을 한 채 열성적으로 응원을 하다 경기장 질서요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은 것. 다른 관객에 방해가 되니 너무 시끄러운 응원은 삼가달라는 것이었다.

모드롱더씨는 “서울 도심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좌판은 그대로 두면서 경기장의 응원소리를 시끄럽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너무나 빨리 끊기는 지하철 운행도 모드롱더씨에게는 큰 불만 중의 하나. 평소 지하철로 귀가하는 그는 “지난해 말에는 2시간을 기다려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 강남의 사무실에서 한남동까지 꼬박 3시간을 걸어간 적도 있다”면서 “월드컵 기간만큼은 지하철 연장운행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국 내의 조용한 월드컵 분위기도 모드롱더씨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월드컵은 수십억 인구가 지켜보는 세계적인 축제인데도 한국 사람들은 너무 조용히 축제를 맞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한국이 일찌감치 16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월드컵 분위기가 더 가라앉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그는 “경기 결과를 떠나 인류의 대축제를 개최하는 국가로서 한국사람들이 좀더 자부심을 갖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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