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단어]돈

  • 입력 2002년 1월 10일 14시 25분


각국의 돈을 보면 그 나라를 다소 알 수 있다.

중국 위앤화에는 한복을 입은 조선족 등 여러 민족이 저들만의 의상을 입고 나타난다. 다민족 국가로서 통합을 꾀하려는 중앙정부의 노력을 알게 한다. 영국 호주 등 상당수 영연방국가들의 돈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그려져 있다. 과거의 구심점을 상기시키려는 발권자(發券者)의 의지가 실린 것이다.오만의 경우 돈의 앞면에는 카부스 국왕의 초상이, 뒷면에는 국왕의 치적인 수로(水路) 등이 그려져 있다.

유럽 대륙의 경우 예술가들이 적잖게 등장한다. 특히 프랑스의 프랑화에는 프랑스 혁명기 미술가 들라크루아와 그의 걸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나온다. 2차대전중 비행사로 활약했던 생텍쥐페리도 나온다. 새해부터 이들은 사라지고 유럽 대륙 지도와 미래로 향하는 다리 등이 도안된 유로화가 쓰이고 있다. 유로의 본격 유통으로 유로 가치가 오를 조짐이란다. 경기 회복 전망에 미국과 한국 등의 증시로 돈이 몰리고 있다고도 한다.

언제부턴가 “난 돈에 관심 없어”라고 말하면 위선자로 오해받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탄생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삶의 신비로움 앞에 한다발의 돈뭉치는 얼마나 초라한가. 천상(天上)의 들라크루아와 생텍쥐페리는 알고 있지 않을까.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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