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루그먼 칼럼]“고정환율 방관 美-IMF책임”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44분


미국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1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에 대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원죄론을 제기했다. 다음은 그의 칼럼 요약.

아르헨 폭동은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거나 통상적인 남미 위기의 재현이 아니다. 아르헨의 경제 정책에는 ‘메이드 인 워싱턴’의 도장이 찍혀 있다.

아르헨은 어느 개발도상국들보다도 미국이 선전한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관세를 대폭 인하하고 국영기업을 민영화했다. 다국적기업을 환영했을 뿐만 아니라 페소화를 달러화의 가치에 고정시켰다. 월가는 흥에 겨워 돈을 쏟아부었다. 97년 아시아 경제위기로 남미가 휘청거릴 때 아르헨은 타격을 덜 입었다. 그러나 브라질의 경제가 반등하는 동안 아르헨의 불경기는 깊어갔다.

물론 아르헨 경제 위기의 근원은 자유시장보다는 통화정책에 있지만 월가와 워싱턴은 자유시장과 안정된 통화는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그들에게 말해 왔다.

세계 대다수 지역에서 미 재무부의 한 지부로 인식되고 있는 IMF의 스태프들은 페소화와 달러화의 1대1 교환 비율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최근 수개월간, 아마 최근 몇 년간 알고 있었다. IMF는 통화정책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 조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신 IMF 관리들은 긴축정책에만 집착했다. 지금은 아르헨을 비참한 길로 인도했던 사람들이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페소화를 순차적으로 평가절하하면서 동시에 달러화로 된 외채를 페소화로 바꿔나가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아르헨의 새 정부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환율을 통제하고 수입을 제한하면서 세계 경제에 등을 돌릴 것이다.

단언컨대 시대 역행적인 이 정책은 경제 상황을 일시 호전시킬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해롭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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