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이집트 5000년 신비 밝혀낸 로제타스톤

  • 입력 2001년 7월 18일 18시 31분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치만 높았다면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잘난 클레오파트라였어도 가로 72㎝ 세로 114㎝ 검은색 돌판이 없었다면 로마 역사책 속에서나 등장할 뿐 실제 이집트 역사 기록에서는 그 이름을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검은색 돌판은 지금으로부터 202년전 오늘인 1799년 7월 19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사진)입니다. 당시 이집트의 로제타라는 마을에 들어선 나폴레옹 군대는 요새를 짓기 위해 기초공사를 하던 도중 글자들이 빽빽하게 적혀있는 현무암을 발견했습니다. 이 돌에 쓰여진 글자는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서민들이 쓰던 문자, 그리고 그리스어였습니다. 프랑스의 샹폴리옹(1790∼1832)이라는 언어학자가 이 로제타 스톤을 해독함으로써 고대 이집트 5000년의 신비가 풀려지게 된 것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집트 상형문자가 ‘의미’만을 표현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샹폴리옹은 어쩌면 ‘소리’를 나타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믿음(belief)이라는 단어를 벌(bee)과 잎(leaf) 그림을 맞붙여 표기했다는 식입니다. 마치 신라의 설총이 한자의 음을 빌어 우리말을 소리나는 대로 쓸 수 있게 한 것처럼 말입니다.

샹폴리옹은 로제타 스톤을 조사하던 도중 그리스어 프톨레마이오스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는 이 그리스어 단어와 함께 적힌 상형문자를 비교함으로써 그리스어 알파벳 자음들에 해당되는 상형문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샹폴리옹은 1822년 로제타 스톤이 기원전 196년 당시 이집트의 왕인 프톨레마이오스 5세의 즉위식을 축하하는 내용임을 밝혀냈습니다.

샹폴리옹은 같은 방식으로 1815년에 발굴된 오벨리스크의 탁본을 해독해보았습니다. 이때 그가 발견한 이름이 바로 프톨레마이오스 9세와 왕비 클레오파트라였습니다. 이 왕비의 이름은 훗날 동생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한 여왕에게 물려졌습니다. 바로 시저를 농락한 그 클레오파트라입니다.

로마인의 책 속에서나 전해지던 여왕의 이름이 실제 이집트의 역사기록 속에서 확인된 순간이었습니다.

컴퓨터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로제타 스톤이란 번역프로그램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먼 미래에 우리 후손은 그 프로그램을 어디선가 찾아내 그 옛날 프랑스인처럼 오늘날의 언어를 추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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