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냉장고 문 열어두면 시원해질까?

  • 입력 2001년 7월 11일 18시 33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면 딱히 뭘 꺼내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냉장고에서 나오는 시원한 냉기로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 볼까 해서 시도 때도 없이 냉장고 문을 열게 됩니다.

그럼 아예 냉장고 문을 열어두고 에어컨 대신으로 쓰면 되지 않을까요. 어머니의 전기세 성화가 아니라도 냉장고를 에어컨으로 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두면 오히려 방안의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중반 스코틀랜드의 인쇄공이었던 제임스 해리슨은 에테르로 활자를 세척하던 도중 에테르가 증발하면서 손이 차가워지는 데 착안, 에테르 냉매로 한 냉장고를 처음으로 개발했습니다.

냉장고는 이처럼 액체 상태의 냉매가 팽창하면서 기체로 될 때 주위로부터 열을 빼앗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뜨거운 것을 먹을 때 입을 모아 불면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반대로 응축기에서는 기체상태의 냉매를 다시 액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열을 방출합니다.

구형 냉장고 뒷면에 있는 파이프들은 이 열을 실내 공기로 식히는 장치입니다.

즉 냉장고는 더운 공기를 밖으로 뽑아내는 에어컨과 달리 방안에 뿜어내는 것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두면 무거운 냉기는 아래로 빠져나가고 방안의 더운 공기가 냉장고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잠시 쉬고 있던 냉장고는 다시 열심히 응축기 모터를 돌려 냉장고 안의 온도를 낮추려고 합니다.

결국 냉장고 뒷면으로 방출되는 열이 점점 더 많아져 방안 온도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같은 냉장고라도 김치냉장고는 문을 열어둔다고 갑자기 열을 내지는 않습니다. 김치냉장고는 무거운 냉기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문을 서랍식이나 위에서 열도록 만들어 냉장고 안의 온도변화가 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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