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흐린날 공기가 더 가벼워

  • 입력 2001년 6월 27일 18시 25분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하루 종일 찌푸린 하늘을 보노라면 마음마저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어느 가수는 ‘찬비가 오는 날’에 “무거운 하늘이 그림자를 늘인 거리”라고 노래했는가 봅니다.

그러나 사실 흐린 날 하늘이 더 무거운 것은 아닙니다.

순수한 건조 공기의 구성성분을 살펴보면 질소가 78%로 가장 많고 그 다음 산소, 아르곤, 탄산가스의 순으로 이들 네 성분이 전체의 99.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약 80㎞까지는 공기의 구성 성분은 대류, 순환 등 공기의 수직혼합으로 높이에 상관없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소와 수증기의 분자량에 따라 맑은 날과 구름 낀 날의 공기 무게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질소의 원자량은 14이므로 질소분자(N2)의 분자량은 28이 됩니다. 반면 수증기 H2O의 분자량은 수소 원자량 1, 산소 원자량 16으로 18밖에 안됩니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늘어날수록 더 무거운 질소분자를 점점 밀어내게 되므로 결국 흐린 날 공기가 더 가볍게 됩니다.

실제 건조한 공기는 0℃ 1기압에서 1㎥의 부피에 1.293㎏의 무게를 가집니다. 만약 같은 조건에서 공기를 수증기가 가득 채우게 되면 무게가 0.805㎏로 줄어듭니다. 물론 실제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야 4%를 넘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줄어들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또 수증기의 밀도는 건조한 공기의 5/8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증기가 공기 중에 많아지면 자연 공기의 밀도도 낮아집니다. 그래서 구름 낀 날 기압계의 눈금이 떨어지는 것이죠.

이제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보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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