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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루그먼 칼럼]반독점 정책의 일관성

입력 2001-06-25 19:31업데이트 2009-09-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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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집행위원회가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하니웰 사이의 합병 계획을 저지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정치인들은 여기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며 비난을 하고 나섰다. 이 미국 정치인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데에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합병에 반대하는 집행위원회의 주장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GE와 하니웰의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번 사건에 무려 세 가지나 되는 일반적 통념에 어긋나는 예기치 못한 변화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시, GE-하니웰 합병 부진에 불만▼

첫째, 세계화가 정부를 약화시킨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반독점 정책도 그런 예외 중의 하나이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대서양의 양편에서 모두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사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정책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세계화로 인해 당국의 권력이 감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둘째, 최근까지 반독점 정책을 진지하게 실시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도 마리오 몬티 조세담당 집행위원에게 합병을 저지하고 반(反)경쟁적인 행동을 조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위를 부여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교육받은 대학교수 출신의 몬티씨는 자신의 권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

셋째, 유럽인들은 정치가와 기업인들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반면, 미국인들은 정치가와 기업인들이 겉으로나마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금 유럽인들은 엄격한 대학교수였던 몬티씨의 손에 경쟁과 관련된 정책을 맡겨두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이해관계의 상충에 대한 정상적인 관심조차 망각한 것처럼 보이는 행정부가 탄생했다.

▼EU, 반경쟁적 행위 조사권한 활용▼

부시 행정부가 정말로 대기업에 의한, 대기업을 위한, 대기업의 정부인지, 아니면 그저 그렇게 보이는 것에 불과한 건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또한 몬티씨가 GE와 하니웰의 합병을 저지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쉽사리 답변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번 일에 대한 몬티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지금까지 유럽의 강력한 이익집단들에게 기꺼이 맞설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나 보여주었다.

반면 미국의 상황을 보면 미국의 당국자들이 거대기업의 힘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해줄 거라고 과연 믿어도 되는 건지 확신할 수가 없다. 따라서 어딘가에 몬티씨 같은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http://www.nytimes.com/2001/06/24/opinion/24KRU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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