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범수-진양혜부부의 육아법]육아는 부모만의 몫?

  • 입력 2001년 5월 9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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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큰 아이의 생일이었다. 큰 아이는 며칠 전부터 초대할 아이들의 명단과 장소까지 정해주면서 생일파티를 꼭 해 달라며 즐거워했다. 큰 아이가 원하는 장소는 집 앞 새로 생긴 놀이방. 비교적 안전하고 깨끗한 전문 어린이 실내 놀이터였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두 시간 사용하는 데 아이 한 명당 입장료와 음식값을 포함하면 고급 음식점 어른 식사비와 맞먹을 정도다.

우리나라처럼 아이 양육을 부모에게 맡기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드는 모든 비용과 방법은 완전히 부모의 책임이다. 모든 부모들은 처음 세웠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기 일쑤다.

처음 갓난아이를 안고 직장과 육아 사이에서 쩔쩔매며 고생하던 부모들이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한시름 놓지만 곧 더 큰 문제에 봉착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는 좀더 좋은 환경과 교육을 위해 아이들에게 매달리고 교육비가 비싼 학원을 찾게 된다. 교육비가 비쌀수록 부모들은 위안을 받고 허리가 휠 정도의 부담도 아이를 위해 이를 악물고 참는다.

그러나 교육비가 비싸다고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학원 교육은 기능적으로 훈련시키는 것 이상이 되기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이런 문제들을 국가와 부모가 함께 해결한다. 일단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유급 육아휴직을 길게는 일년까지 주고 무급은 더 연장 할 수 있다. 또 정부가 운영하는 애프터 스쿨(방과후 학교)이란 교육기관이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돼 부모가 아이의 적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도 방과 후 많은 시간을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또래 속에서 사회성을 배우고 익히면서 사회인으로 길러진다. 사회체육시설도 잘 갖춰져 아이들이 맘놓고 심신을 단련할 수 있다.

“한국은 아기가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하는데도 돈이 들어간다.”

얼마전 한 선배가 아이를 스포츠교실에 보내면서 털어놓은 푸념이다. 이제 아이들이 맘껏 뛰놀거나 운동하는데도 돈이 들어간다.

21세기는 인적자원이 국가경쟁력이라고 한다. 또 유능한 여성인력을 위한 세기라는 말도 있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아이를 어떻게 키울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기초 교육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결단이 필요하다. 교육에 대한 부담과 고민을 유산으로 물려 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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