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YS "거짓말을 너무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 됐다"

  • 입력 2001년 4월 12일 21시 55분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은 12일 대북문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잘못한 가장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라고 비판했다.

김 전대통령은 또 자신에게 탈당을 요구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경선결과에 불복한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10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 사학연금회관에서 고려대 행정대학원생등 200여명을 상대로 '우리는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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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대통령 강연을 반대하는 학생들
김 전대통령 강연 후 질의응답 1
김 전대통령 강연 후 질의응답 2
김 전대통령 강연 1
김 전대통령 강연 2
김 전대통령 강연 3

김 전대통령이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가자 대학원생들도 원고를 따라 읽으며 비교적 진지하게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강연장 주변에는 오후 5시부터 충청총련 대학생 30여명이 나와 "IMF 위기를 몰고온 장본인이 통일까지 가로막고 있다"면서 "지난 87년 민주항쟁의 모태가 되기도 했던 대전에서 (YS가)강연을 하는 것은 성지훼손이나 마찬가지"라고 항의하다가 전원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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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강연에 반대하는 시위대생이 연행되고 있다

김 전대통령은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짓말을 너무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걱정이다"면서 "청소년들도 거짓말을 많이 해야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할까봐"라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이 말을 마치자마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 전대통령은 "싹쓸이 인사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으며 김대중씨의 무능과 헛된 욕심이 의료대란과 재정파탄이라는 크나큰 실패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김 전대통령은 대북문제와 관련 "세계에서 가장 못믿을 땅이 북한 땅, 김일성 김정일이다"면서 "김대중씨에게도 금강산 관광을 엄청나게 반대했다. 도대체 거기에 간 사람들이 마음놓고 볼 수 없도록 감옥과 같다. 대체로 다 아는 것처럼 5억 달러 이상이 (북으로) 갔다. 돈이 간다는 것은 무기를 만든다는 것 아니냐"고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힐난했다.

그는 "절대 지구상에서 믿을 수 없는 땅이 북한"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대북정책)이다"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거기(북한)에 교회가 많다고 다녀와서 거짓말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교회라고 조그만 교회가 있는데 성경도 못가지고 가고 그 교회 안에 비치된 것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이 총재와 민주당 이 최고위원에 대해 지난 대선당시 자신에 대한 탈당요구와 경선불복 과정을 지적하며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라며 "이인제나 이회창처럼 자기 스승이나 윗사람을 배신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전대통령은 현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23일간 단식을 한 적이 있다. 연금생활 동안에 부인이 죽는다고 민주주의가 되느냐면서 살아서 싸우는 것이 낫다고 설득했다. 그래서 6개항의 요구조건을 걸고 단식을 중단했다"면서 "그중 첫째가 언론의 자유를 요구한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바로 모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날 퇴임후 두번째 특강에 이어 앞으로 영남과 충청권은 물론 호남지역에서도 특강이나 민주산악회 등반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 내년 대선을 앞두고 행동반경을 넓힐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김 전대통령은 안가철거, 하나회 숙청, 역사 바로세우기, 금융실명제 실시 등 자신의 개혁실적을 내세운 뒤 "개혁은 국민의 힘으로 하는 것이며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고 이는 대통령과 정부의 도덕성·용기에서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학생들이 '경제위기 책임론'을 들며 교내 진입을 막는 바람에 강의가 한차례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고려대 서울캠퍼스 행정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대통령학' 에 대해 특강을 한 바 있다.

최건일·안병률/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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