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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루그먼 칼럼]부시 감세안 藥인가 毒인가

입력 2001-04-09 18:52업데이트 2009-09-2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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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은 지난주 1조2000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원안에 비해 4000억달러 정도 삭감한 개정안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승리’를 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세안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감세안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내놓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감세안 자체도 미국인 다수의 이익에 반(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감세안이 엉터리 주장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번째 엉터리 주장은 다른 부분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세금 감면을 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많다는 것이었다.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주 행정부가 은퇴자를 위한 처방약 프로그램에 예산지원을 더 많이 하도록 강제하는 민주당의 수정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수정안 내용은 부시 대통령이 선거 유세기간에 내놓은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체니 부통령의 반대표는 의료보험의 초과수익이 있을 때만 처방약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자신들을 위해 내는 의료보험비에서 발생하는 추가 수익을 현재 은퇴하는 사람들에게 지급한다는 말도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현재 50세인 사람이 정년이 될 즈음이면 의료보험 재정은 고갈될 것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은퇴자를 위한 처방약 프로그램과 군인가족의 생활지원 등 ‘박애정신’을 대표하는 정책들을 포기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감세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부시 행정부가 감세안의 예산비용을 숨기면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부풀렸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감세안의 예산비용을 5000억달러 정도 낮춰 잡으면서 가용 예산은 5000억달러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원들이 4000억달러를 삭감했다고 ‘승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두번째 엉터리 주장은 이번 감세안이 ‘보통 가구’를 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형적인(typical)’ 가구라면 약 1600달러를 감면받는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행정부의 전망치조차도 이와 다르다. 소득이 3만달러 미만인 가구는 평균 264달러, 3만∼4만달러인 가구는 616달러를 감면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세금 감면의 혜택을 받는 계층은 분명히 있다.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 투시’는 100만달러의 소득을 가진 사람이라면 4만6758달러의 혜택을 받는다고 계산했다. 어마어마한 상속을 받는 사람이라면 혜택의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감세안의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감세안 자체를 철회시켜야 할 때다. 지금이라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감당할 수 있고 미국의 보통 시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감세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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