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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달러강세 곧 끝난다

입력 2001-04-02 18:49업데이트 2009-09-2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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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생산지수 성장률 주가 등 미국 경제지표들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가리키지만 달러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1달러의 가치는 1유로보다 낮았고 100엔보다 조금 높았다. 그러나 지금 1유로는 90센트가 채 안되고 1달러로 125엔을 살 수 있다.

달러―엔 환율이 오르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일본은 경기회복을 꾀하면서 화폐를 더 발행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다. 그러나 달러―유로 환율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환율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인들은 프랑스산 와인이나 노키아 주식을 사면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한다. 반대로 유럽인들이 캔자스산 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하다.

1년전에는 유럽의 개인투자자들이 나스닥으로 몰려들고 유럽 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사들이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첨단 기술주의 거품이 꺼지고 다임러가 크라이슬러 때문에 질식할 지경인 요즘 누가 달러를 사들이는 걸까.

독일 경제학자 한스 베르너 진 박사는 이런 ‘유로 약세―달러 강세’ 현상을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사용되는 유로화의 ‘독특한 지위’에 빗대어 설명을 했다. 진 박사에 따르면 현재 유럽 통화에서 달러로 이동하는 한 무리는 러시아 마피아 같은 범죄집단이다. 마르크화를 잔뜩 가진 범죄집단은 돈의 출처를 밝히는 것은 물론 은행에 가서 ‘새 통화’로 바꾸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마르크 대신 달러를 사들이는 게 이들에게는 훨씬 유리하다.

폴란드의 농부처럼 평범한 동유럽인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쓰라린 경험을 가진 세대들은 자식에게 정부나 은행을 믿지 말라고 가르쳤다. 변동률이 크지 않은 화폐로 바꾸어 침대 매트리스에 넣어 두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이런 ‘엉뚱한’ 설명이 정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로 약세―달러 강세’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시사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투기꾼들은 달러의 공매도에 나서지 않는 걸까. 어쩌면 달러 보유자들은 만화 ‘루니툰’의 캐릭터 ‘와일 E 코요테’처럼 행동할지도 모른다. 상황을 주시하다가 통화를 떠받칠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외환시장으로 돌진할 것이다.

유로 약세는 유럽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으나 경제에는 도움이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동안 금리 인하를 꺼렸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상황이 바뀌면 ‘낮은 금리는 유로 약세를 부추길 것’이라는 ECB의 믿음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이는 동시에 미국에 교훈을 준다. 달러 강세의 시대가 곧 끝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비극을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달러 하락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임무가 흐려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FRB의 임무는 ‘강한 달러’가 아닌 ‘강한 경제’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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